[편집국에서] 방하착(防下着)과 착득거(着得去)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방하착(防下着)과 착득거(着得去)

한세화 뉴스디지털부 기자

  • 승인 2022-11-23 14:03
  • 신문게재 2022-11-24 1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
한세화 뉴스디지털부 기자
#1. '중력을 가지고 노는 안무가'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행위예술가 요안 부르주아가 25일부터 3일 동안 서울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는 그의 솔로작 '오프닝2'에서 계단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후 트램펄린에 퉁겨져 다시 계단 위로 올라서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중력과 무중력, 낙하와 정지, 형성과 해체 등 상반되는 성질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고조되며 '곡예'를 연상케 하는 동작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실력 있는 아크로바터인지 보여준다.

#2.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곳곳이 단풍으로 물든다. 나뭇잎이 떨어지기 전 엽록소가 파괴되는 과정으로 잎사귀의 수분이 빠지고 시들면서 나타나는 단풍은 우리나라 9월 하순부터 11월 상순까지 전국에 거쳐 그 풍광을 뽐낸다. 지난달 21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28일 지리산, 31일 속리산과 한라산 단풍이 절정을 이뤘고, 11월로 접어들어서는 2일 계룡산과 4일 무등산, 5일 내장산을 끝으로 2022년 단풍 쇼가 막을 내렸다. 단풍이 든 나뭇잎들은 낙엽이 된다. 나뭇잎과 가지 사이 '떨켜(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 세포층)' 현상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할 때의 전달 신호물질인 '앱시스산'이 작용하면서 식물의 겨울나기가 시작된다.

요안 부르주아의 행위예술은 얼마 전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봤다. 아주 느린 속도로 계단 두어 칸을 오르다가 갑자기 몸을 내던지는데, 계단 밑에 트램펄린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떨어졌다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그의 춤은 '내려놓음' 자체였다.

단풍과 낙엽이 주는 단상도 인상적이다. 봄과 여름 한껏 펼쳤던 나뭇잎들은 겨울을 준비하면서 단 한 장도 남김없이 떨군다. 우리에겐 가을을 상징하는 낭만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지만, 그들로선 혹독한 겨울한파를 견디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다. 이듬해 봄 화려하게 부활하기 위한 '내려놓음'이다.



요안의 행위예술과 낙엽의 겨울나기에서 내려놓음과 상통하는 '방하착(防下着)과 착득거(着得去)'를 빗대어본다. 미국의 극작가 메릴 미도우가 공저한 '하워드의 선물'에서 그는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했다. '채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비움'에 따라 가치가 정해진다는 것인데, 불교사상이자 동양적 사고와도 매우 긴밀히 닿아 있다. 2022년을 마무리하는 즈음, 올 한 해 나를 살찌운 채움은 무엇이고, 나의 가치를 빛나게 한 비움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