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유일한 방범 '무인가게' 일탈 온상… 출입통제 어렵고 사적보복도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간 대전서 437건
CCTV가 전부 야간 출입문 통제는 허술
사건현장 사진 내걸어 사적 대응도

대전 서구의 한 무인가게에서 절도사건 현장 사진이라고 알리는 안내판이 부착되어 있다.

10월 9일 오전 3시께 대전 서구의 한 무인가게에서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녀 5명이 상점 안에 한동안 머물며 소란을 피웠다. 가게 안에서 흡연을 하고 상품을 어지럽히더니 급기야 누군가 놓고 간 신용카드로 아이스크림 등을 결제하고 현장을 유유히 떠났다. 업주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얼굴만 가린 채 현장 사진을 무인가게 입구에 내걸고 '훼손시 가중처벌'이라는 문구까지 붙인 상태다.

요즘 동네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싶으면 종사자 없이 운영되는 무인가게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나, 도난사건 등의 표적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CTV가 유일한 방범대책일 뿐 출입을 통제하는 보안시설은 허술해 청소년들에게 일탈의 장소로 쓰이고, 사진을 내거는 등 사적보복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무인가게는 인건비를 줄이고 24시간 비대면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아이스크림, 반찬, 밀키트, 편의점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창업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근로자가 현장에 없어 이를 노린 절도나 점유, 시설훼손 범죄가 곧잘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대전 유성에서 이틀간 두 차례에 걸쳐 아이스크림과 과자 200만 원 상당을 훔친 40대가 경찰에 입건됐고, 마찬가지로 대전 동구 무인가게에서 8회에 걸쳐 41만 원 상당의 식료품과 과자 등을 훔친 30대에게 법원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경찰청이 제출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월 이후 올해 6월까지 15개월간 지역 내 무인가게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은 437건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경찰이 절도사건 중 무인가게에서 발생한 것을 수기로 분류한 것으로, 상호 합의나 소액 등으로 신고되지 않은 절도사건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주들도 물품 도난과 훼손 사건에 대비해 CCTV를 확대해 설치하거나 늦은 저녁시간에는 운영을 중단하는 자구책을 찾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무인가게가 여전히 실내를 비추는 CCTV만으로 24시간 운영되고, 심야시간 출입문 개폐 때도 별다른 통제장치를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자백이나 경각심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한 현장이나 당사자 사진을 내거는 사적 대응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무인점포 절도범죄에 대해서도 별도로 파악해 대처하고 있으며, 양심거울이나 홍보물을 배포하고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