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툰베리가 질책한 것처럼 각국 정상들은 입을 모아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총회는 당초 금요일(18일) 폐막 예정이었던 것을 일정을 하루, 이틀 늦추면서까지 폐막 선언과 결의문 채택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과 그 운용에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제일 많은 미국, 현재 탄소 배출량이 제일 많은 중국, 기후변화 대응에 제일 적극적인 EU 등 각국의 기후 변화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화석연료를 활용해 산업화를 먼저 이룬 선진국과 극심한 가뭄과 홍수, 해수면 상승 등 피해를 보고 있는 기후 재난 취약국 사이의 책임과 보상 공방으로 구체적인 총액과 배분 방안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 총회는 막을 내렸다.
본인이 겪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100% 전달하기도,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본 컬럼에서 소개되었던캘리포니아 산불, 중국 계림의 물난리 외에도 전 국토의 1/3이상이 잠겼던 파키스탄의 수해, 해수면이 상승되고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들, 혹은 빙산이 녹고 있는 남극 곰 들의 기후 변화의 재난 상황을 당사자가 아니면 절실하기 쉽지 않다. 즉, 기후 과학자들이 말하는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이 지구 온도 상승 1.5도'를 실감하기는 힘들다. 이번 COP27 총회에서도 한계온도를 1.5도에서 2도로 높이자는 논의도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남의 일'인 모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혹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더 솔깃해지는 이유는 '절실한 나의 일'이기 때문일까? 이런 이슈 기업 및 국가 경제 을 고려한 관심은 기후 변화에 대한 것보다 클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짧은 소견이지만, 예시한 전쟁 중인 러시아의 에너지정책, 미중의 갈등, 네옴시티 등 요즘의 주요 뉴스들이 앞으로 '남의 일'인 기후 변화의 영향과 무관할 수 없다.
어느 식자의 어록 중에 '현명한 사람은 책에서 배우고, 우둔한 자는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했지만, 정말 우둔하다면 경험을 통해서도 배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삼가 지난 잘못을 경계하라는 유성룡의 징비록은 정작 침략자인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300여년후 우리 국민들은 온갖 고초와 희생을 겪었다. 굳이 임진왜란과 구한말의 상황을 현 세계 정치가들의 국가이익경쟁에 휘말린 기후변화 미대응이 인한 인류 존재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비약 일까? 그래서 툰베리에 필적하는 중국의 소녀 환경운동가 Howey Ou의 트위터('天下興亡 匹夫有責')가 떠오른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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