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동환 이사 |
겨울이 되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났고 다음 절기로 접어드는 계절인데 벽에 모기가 앉아 있었다. 순간 계절을 착각할 만큼 기이한 광경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인터넷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이 많았다. 보이면 없애면 되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추운 날에 모기라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기가 보이는 족족 잡았던 때가 있었다. 모기에 물리면 간지럽고, 날갯짓이 잠 못 이루는 날을 만들어냈고,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아니 지금 이 시기에 모기가?!' 자연스레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기후위기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검색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몇 군데에서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올라간 데다 난방이 활성화되면서 요즘에는 겨울에도 모기가 많아졌습니다. 기후위기가 맞았다.
누군가는 또 기후위기냐고 말하겠지만 또 기후위기가 맞다.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그 이유가 있다고 반문하고 싶다. 요즈음 일어나는 여러 현상이 기후위기를 빼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예전과는 이른 봄꽃 개화 시기,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폭염, 열대야, 겨울 모기, 해외에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던 산불, 포도 냉해, 커피 벨트 위도 상승 등 심각한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일삼는 인간에게 자연이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깡그리 무시하고 경제성장이라는 이름 하에 어떻게든 자원을 쓰고 있다. 덜 쓰거나 안 쓸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말이다. 항상 일들은 예방하기보다는 일이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것을 보면 뻔하지 않은가. 일이 생기면 눈앞에 있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좁은 시선으로 꼬리 자르듯이 그 부분만 도려낸다. 모든 일이 그랬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아라'라는 말처럼 시스템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진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각자가 할 수 있는 단위의 노력이 있다. 누군가는 식습관을 바꾸고, 누군가는 직접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이야기를 듣고 조례를 제정하고, 누군가는 이러한 움직임들을 알리고 누군가는 시스템을 바꾸려고 학습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우리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작지만 개인의 노력이 모여 파장을 일으키고 그것이 구조의 개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래가 먼저냐 위가 먼저냐를 따질 시간에 같이 시작한다면 조금은 더 빨리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일말의 희망을 품어본다./ 복동환 대전여민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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