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변호사 |
방위사업청은 국방연구개발사업의 기획·관리 기능과 방산수출 관련 국제협력 기능 등을 수행하는 정부조직으로 정원은 1,600명이 넘고, 한해 집행 예산만 20조가 넘는다. 그중 약 4조 8,000억 원이 국방연구개발 예산이다.
우주산업의 경우 그 발전단계 중 성장기는 정부조달 수요가 산업을 이끌 수밖에 없다. 우주산업은 실패 위험도 크고 사업의 규모도 거대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민간이 그 수요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부조달 수요의 상당 부분은 국방과 같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수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처럼 민간이 우주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경우도 정부 수요를 바탕으로 우주산업이 성장했다. 나아가 WTO 체제 교역 환경에서 국가안보 관련 정부조달 수요는 성장기에 있는 우리 우주산업을 보호 육성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주 시대를 맞아 최대 수요가 예상되는 정부 조직과 우주산업 성장의 근간을 형성할 연구·인재개발 조직이 한곳에 모여 집적 효과를 발하게 될 것을 생각하면 국방연구개발 사업을 관장하는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에 발맞춰 대전이 우주산업 클러스터 계획 중 연구·인재 개발 분야 특화지구로 지정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대전은 우주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전남과 경남은 시제품 제작, 시험 및 양산을 담당하는 지역 협업체계가 완성될 것이다. 위와 같은 지역 협력 체계는 방위산업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게다가 방위사업청은 최근 큰 성과를 내는 방산 수출 관련 국제협력을 수행하는 정부 조직으로, 대전을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의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앞의 계획이 온전히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행되어야 할 중요 과제가 있다. 대전이 유치에 성공한 방위사업청, 앞으로 유치할 우주 연구개발 관련 연구 기관, 연구기업 및 인재육성 조직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그들이 대전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정착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판교 이남의 첨단 분야 산업체나 연구기관들이 연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공직도 마찬가지인데, 정부 조직이 지역으로 이전할 때마다 해당 조직은 소속 직원들의 타 부처 전출과 휴직, 퇴직의 홍역을 앓아왔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갑작스러운 이주에 따른 주거 불안정, 자녀교육 문제, 수도권에 비해 빈약한 문화생활 환경 등이다.
오랜 기간 방산 분야 전문성을 키워온 방위사업청 조직과 그 소속 직원 1,600여 명이 온전히 그 가족과 함께 대전으로 이주하여 정착할 수 있게 하고 국내외 우수 이공계 인력이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데 고민이 없도록 이들의 주거와 자녀교육, 문화생활 환경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대전으로 갑작스럽게 이주해야 하는 방위사업청 직원들의 주거 마련을 위해서 지자체 차원에서 도울 방안을 장·단기로 나누어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이주 직원 자녀들의 보육 기관, 학교 배정을 먼저 배려해 직원들이 자녀교육 문제로 주말부부를 고민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나아가 배우자의 직장이나 입시를 앞둔 자녀들로 인해 대전으로 바로 이주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한 통근버스 지원 역시 지자체가 너른 마음으로 고려할 일이다.
인재들이 대전에 모여들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각 직장에서 마음껏 그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어렵게 대전에 유치한 기관과 조직이 그 기능과 권한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고 성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전략 차원의 공익을 위해 삶의 터전을 옮겨오는 새로운 대전 시민들을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리 모두 다시 점검해볼 때다.
/김재식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전 국방과학연구소 법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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