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지역화폐 정책을 폐지로 가닥을 잡은 대전시나 일부 시·도의 경우 '혼선' 그 자체다. 정부 예산을 거부할 명분도 없고, 받는다 해도 대규모 시비를 매칭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부 예산이 '계륵(鷄肋)'이 되는 상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1월 17일 전체회의에서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올라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5000억 원 편성을 의결했다. 당초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지만, ‘지역화폐 예산 복구’라는 이재명 당 대표의 주문에 따라 민주당은 7050억 원을 증액했다. 여야 합의로 2050억 원을 줄여 5000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절차 과정에서 감액되거나 증액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어 최종 예산 규모는 지켜봐야 한다.
민선 8기 대전시는 지역화폐에 부정적이다. 올해까지는 유지하되, 내년부터는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준비해 왔다. 2023년도 예산안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지역화폐 캐시백 예산은 0원, 온통대전 플랫폼 유지비용인 30억 원만 반영해 대전시의회에 제출했다. 정책기능만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대 금액이 배분된다 해도 250억 이상을 대전시 몫으로 가져오기는 어렵다. 또 최대 규모가 책정된다 하더라도 대전시 재정으로 대략 700~800억 원 이상을 매칭 해야만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지역화폐 명목으로 내려오는 예산은 오롯이 캐시백으로 사용해야 한다.
'계륵'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도 있다.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5000억 원을 편성한 건 사실상 지역화폐의 지속성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예산 규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2021년 1조2552억 원, 2022년 8000억 원을 편성해왔다.
물론 시민 입장에서는 반색할 소식이다. 또 지역화폐 유지를 하려던 시·도에서는 숨통이 트인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여야 정쟁의 도구로 지역화폐가 도마 위에 올라 대규모 예산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결의 마지막 절차가 남았고 대전시의 몫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 전국 배분 비율에 따라 보고할 예정인데 지켜보고 더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통대전이 유지된다면 대전시는 내년도 추경을 통해 시비를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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