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엽 변호사 |
2019년 청소년 부모 생활 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0% 이상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주변으로부터 낙태와 입양을 권유받는다고 한다. 가족들의 반대로 상당수의 청소년 부모들은 집에서 쫓겨나 자신들의 부모나 형제와 단절돼 그들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게다가 국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안정적인 주거공간조차 마련하지 않거나 출산 후에도 산후조리 등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또한 청소년 한 부모가 출산한 경우에 많은 부분이 지원되는 반면 청소년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출산지원금이 전부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혼인신고를 못 한 채로 살아가는 미혼모 또는 미혼부도 많다. 게다가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보호자가 있어야 응급실 이용이 가능한데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상태에서 응급실을 방문하면 법정 대리인 부모가 꼭 있어야만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청소년 부모의 경우 출산 후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청소년 부모는 다음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산후 조리원은 생각할 수도 없고 조리원이 아니더라도 산후도우미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가 있음에도 사실혼 관계에 놓여있기에 증명해야 할 절차가 복잡하기에 바로 출산하고 집에 누가 와서 도와주는 것이 잘 안 된다.
정부가 추산하는 청소년 부모는 2019년 기준 8천여 가구이며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2019 청소년부모 생활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청소년 부모의 61%가 학업이나 직업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가구의 월 평균 수입은 100만원 이하인 가구가 53%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그간 법적 근거가 미비해 그동안 정부 지원에서 제외됐다.
최근 정부는 2021년 3월 청소년복지지원법을 개정해 자녀 양육과 학업을 병행하는 청소년 부모의 복지와 취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여성가족부는 2021. 11. 24. 제2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청소년 부모·한부모 양육 및 자립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해 그동안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있던 만 24세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 청소년 부모 대상 아동양육비 시범사업, 가구별로 밀착 지원하는 '통합사례관리'도입, 청소년 산모의료비 사용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 연령도 만19세에서 만24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청소년 부모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와 제도 등이 마련되고 있어 다행인 일이지만, 현장에서 청소년 부모를 지원하는 단체에서는 청소년 부모는 부모이기도 하지만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인 경우가 많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청할 어른들이 필요하며 청소년 부모들에 대한 밀착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8월 인천 남동구에서 3세 아이가 방치돼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아이의 친모는 인지 장애가 있었기에 청소년 부모 단체들은 해당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장기간 밀착 관리 필요성을 느껴 관련 기관에 꾸준히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밀착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아이는 결국 사망했다.
사회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부모들은 일반적인 가정보다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매해 발생하는 청소년 부모의 방치와 유기 사망사건, 아동학대 사건 등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청소년 부모의 현 상황이 어떤지 잘 살피는 밀착 관리가 중요하다.
청소년 부모를 '철없는 부모'로 여기는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어린 나이에 부모의 삶을 선택했고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에 자녀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 부모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청소년 자신의 성장과 가족의 자립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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