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공학박사 |
늘그막에 새로 친구를 사귀는 것은 무척 힘들다.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자주 만나야 한다. 그런데 다른 약속이 있다든지 몸이 아프든지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모르지만, 귀찮아서 모임에 안 나가면 문제가 커진다. 그런 사람은 그때부터 늙기 시작한다. 동문회, 등산이나 바둑, 운동, 식사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나누고 우정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과하지 않은 술자리도 종종 필요하다. 만약 이 세상을 하직할 때 한두 명의 친구도 문상을 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인생을 헛산 셈이다.
다음은 '삐지지 말자!'다. 옛말에 '노인이 되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이 있다. 천진무구해진다는 좋은 뜻도 있으나,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와 같이 잘 삐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는 성격이 대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잘 삐지는 것을 느낀다. 신체적 노화는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정신세계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하는데도. 그런데 성격이 조금씩 변하는 것이 감지된다. 친구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집에 와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내와도 사소한 일로 토닥거린다. 그리고 섭섭한 마음이 오래 간다. 나 자신이 점점 옹졸해지는 것 같고, 이런 나를 보고 '밴댕이 속'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따지지 말자!'다. 노년이 되면 잘 삐지고, 이어 따지기 시작하다 보면 급기야 언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화근이다. 언성을 높이면 결국 친구 하나를 잃고 만다. "다시 안 만나면 되지. 내가 너한테 무슨 신세 질 일 있냐?" 하며 속상해한다. 친구와 대화할 때는 되도록 그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말에 친구가 이견(異見)을 피력할 때도 가급적 입을 다문다. 크게 논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허허" 하며 웃어넘긴다. 되도록 설왕설래(說往說來)를 피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이 나를 얕잡아보지는 않는다.
모임에는 되도록 빠지지 말고, 남과 따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자꾸 삐지는 병은 어떻게 치유할까? 이젠 나만의 묘책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려면 독서가 최고다. 나이가 들면 문장력이나 기억력은 어쩔 수 없이 떨어진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생각의 수준은 끌어올릴 수 있다. 독서가 가장 필요한 나이는 직장과 사회를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는 60대 이후다. 마음의 여유도, 시간 여유도 많기 때문이다. 이때 독서를 통해 사회에 관한 관심을 놓치지 않으면 8~90대까지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보람있게 살 수 있다. 또한, 육체적 건강을 위해선 자기 몸에 맞는 한두 가지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의 매일 한 시간 이상씩 규칙적으로 걷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60대가 되면 인생의 마무리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땐 평균수명이 70~80년이었을 때 얘기다. 하지만 90~100세 시대인 요즘은 60대가 돼야 철이 드는 듯하다. 50대까지의 삶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기에 십상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참된 인생을 맛보며 살 수 있는 시점은 60대부터다. 사랑이 있는 곳엔 행복이 머문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야 행복하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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