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4월 1일 대전구장에서 빙그레의 역사적인 첫 경기가 열렸다. 상대는 MBC 청룡이었다. 야구 얘기를 하는 김에 미국의 전설적 홈런왕이었던 베이브 루스(1948년 사망)를 빠뜨릴 수 없다.
그는 1895년 2월 6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독일계 이민자 가정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족이 술집을 운영했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는 이롭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하였다고 한다.
7살 때 들어간 성모 마리아 직업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던 머사이어스 보틀리어 신부를 만나 야구에 입문한다. 또래 선수들보다 두 배는 되는 체격을 살려 처음에는 포수로 뛰었지만 이후 투수로 전향했다.
더 지나 타자로 전향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1914년부터 1934년까지 22시즌 동안 무려 12번의 홈런왕에 올랐다. 아울러 1935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714개의 홈런과 2,217타점, 3할 4푼 2리의 경이적 타율까지 기록했다.
베이브 루스는 은퇴 후 야구팀 감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를 컨트롤하지도 못하는 인간이 팀을 감독한다고?"라는 나쁜 평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실제로 선수 시절에 개인 관리가 잘 안되어 술을 자주 마셨다.
또한 경기 중 심판한테 대들다가 퇴장당했으며 이를 촬영하던 기자 멱살을 잡고 내던지는 일도 벌였다. 당연히 기자들이 '기자 폭행'이라고 1면에 대서특필하면서 언론과도 사이가 한동안 안 좋았다.
따라서 그는 구시화문(口是禍門)으로 인해 감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성공회 A신부가 14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염원한다"는 글을 올려 대전교구가 발칵 뒤집혔고, 덩달아 국민적 공분까지 불렀다.
국익을 위해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격려하고 응원하기는커녕 폄훼하는 글을 그처럼 악의적으로 올리는 바람에 그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면직 처분을 자초했다. 성공회 교회법에 따르면 직권 면직은 최고형으로, 사제로서 자격을 박탈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천주교 대전교구의 B신부 또한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논란을 불렀다. 천주교 대전교구 역시 성공회처럼 이와 관련해 15일 B신부를 정직 처리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거듭된 성직자들의 망언에 국민들은 분노와 성토를 넘어 탄식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나는 두 종교인의 '구시화문'을 보면서 홈런왕이었던 베이브 루스와 함께 '페시화문'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입이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으로,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 구시화문이라면 페이스북 따위의 SNS에 정제되지 않은 막말을 올리는 것이 바로 '페시화문'이다.
입조심과 말조심을 이르는 속담과 격언은 차고 넘친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상식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지만, 발 없는 말은 천 리를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물은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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