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거짓과 부허를 버리자,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거짓과 부허를 버리자,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2-11-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사람은 집단적 무의식으로 항상 보다 나은 세상을 추구한다. 이상세계이다. 그것이 선으로 작용하여 세상이 보다 바람직하게 가꾸어진다. 한해를 돌아보니, 언제부턴지 그것을 잃은 게 아닌가 하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방향키 잃은 표류선처럼 종잡기 어렵다. 인간성이 상실된 것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상을 추슬러야 한다. 두려워해야한다.

거짓이 만연하고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조선 패망의 원인이 거짓과 부허(浮虛)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기에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 외쳤다. 생트집도 거짓이다.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구실로 거짓이 선전선동에 이용된다. 조금도 두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뻔뻔하게 연발한다. 그런가하면, 수준이하의 무식을 들어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다. 철면피일까,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족함을 증거라도 하듯, 반복한다. 그런 무식과 거짓을 언론이 받아쓰며, 보름여씩 나라를 들썩이다 보니 한해가 저물고 있다.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인가?

이제는 대 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그것도 제 민족에게. 원수까지 사랑해야 할 사제가 말이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함께 타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일까? 이번엔 전용기에서 대통령부부가 추락하기를 기도한단다. 우리가 실성한 것일까?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스스로 점검하고 질타하며, 사고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자신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성찰해보자. 우리가 더불어 추구해야할 가치를 가다듬어보자.



가ㅣㅁ홍
김홍도, 포의풍류도, 지본 수묵담채, 27.9×37㎝
지난 시월에 김홍도(金弘道, 1745 ~ 1806?, 조선 화원)의 <단원도>를 소개한 일이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로, 그가 지표로 삼고자 했던 사물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나열해 보았다.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에도 단원이 귀감으로 삼았던 여러 사물이 등장한다.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자.

김홍도는 중인출신이다. 그러나 늘 자신의 삶을 품격 있게 가꾼다. 호 단원(檀園)은 명나라 문인화가 이유방(李琉芳, 1575 ~ 1629)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이유방의 인품과 재능을 닮고자 했다. 그의 자 사능(士能)은 그 유명한 <맹자>에서 가져왔다.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서도 한결같은 마음을 갖는 것은 오직 선비에게서만 가능하다.(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한결 같은 마음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늘 고매한 일상을 지향한다. 사대부로 자임하며 스스로 경계한다. 시서화로 가다듬고 풍류로 품격을 높인다. 풍류는 속된 것을 벗어난 고상한 유희(遊?)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불선 삼교사상이 바탕이다. 우주의 법도, 자연의 법도를 따르는 일이다. 하나님, 자연과 일치하는 천지인 합일이 지향점이다. 다정다감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고사로, 때로는 신선으로 자신의 작품에 등장한다.

그림을 보자. 좌측에 화제가 있다. "종이창에 흙벽 바르고, 목숨이 다할 때 까지 벼슬 없이 시가나 읊조리련다.(紙窓土璧 終身布衣 嘯?其中)" 포의는 베로 지은 옷으로 벼슬 없는 선비를 이른다. 소영(嘯?)은 흥얼거리고 읊조리는 것이다. 노래 부르고 시를 읊조린다는 말이다. 영조의 어진 등을 그린 공로로 안기 찰방, 연풍 현감에 제수되기도 하나, 부단히 근신(謹身)하며 살아온 단원의 속내이리라. 모든 불의가 자리다툼에서 비롯됨을 깨우친 결과 아닐까?

사방관 쓰고 포의 입은 사람이 비파를 연주하고 있다. 의관정제에 버선은 신지 않은 초탈한 모습이다. 비파는 현재 연주되지 않으나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널리 연주되던 악기이다. 무릎 앞에 생황으로 보이는 악기가 놓여있다. 박통에 17개의 죽관(13관, 36관도 있었음)이 꽂혀있는 악기다. 돌려가며 연주하나보다. 거문고와 피리 연주도 오묘했다 전하니, 다양한 악기를 잘 다루고 진정 음률을 즐겼던 모양이다.

앞에는 사인검(四寅劍)이 놓여있다. 사인은 인년, 인월, 인일, 인시이다. 이때에 제작한 칼을 말한다. 호랑이가 넷이다.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주 삼라만상이 담겨있다. 안으론, 올바른 길로 향하는 지조와 절개의 다짐이다. 바라보기에, 우측엔 호리병이 있다. 적당한 음주는 보약이다. 흥취 돋울 만큼만 마시는 것도 수양이다.

뒤쪽엔 책함이 쌓여있고, 여러 개의 두루마리가 묶여있다. 화병과 필병이 있고, 청동기로 보이는 병에 두루마리가 꽂혀있다. 영지, 산호는 영물로 이상세계의 상징이다. 그 주위에 붓과 먹이 놓여있는 벼루가 있다. 문방사우는 학문과 창작을 뜻한다. 화제 아래 파초 잎이 누워있다. 과거 파초는 신선의 풍취가 담겨 유거(幽居)의 상징이다. 모두 팔선도(八仙圖)에 등장하는 지물이기도 하다.

다시 다짐한다. 더욱 절차탁마하고 인품을 가다듬자. 늘 품격 있는 일상을 추구하자. 문화예술 활동으로 나 자신을 추스르자.

양동길/시인,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