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만연하고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조선 패망의 원인이 거짓과 부허(浮虛)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기에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 외쳤다. 생트집도 거짓이다.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구실로 거짓이 선전선동에 이용된다. 조금도 두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뻔뻔하게 연발한다. 그런가하면, 수준이하의 무식을 들어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다. 철면피일까,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족함을 증거라도 하듯, 반복한다. 그런 무식과 거짓을 언론이 받아쓰며, 보름여씩 나라를 들썩이다 보니 한해가 저물고 있다. 얼마나 큰 국가적 손실인가?
이제는 대 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그것도 제 민족에게. 원수까지 사랑해야 할 사제가 말이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함께 타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일까? 이번엔 전용기에서 대통령부부가 추락하기를 기도한단다. 우리가 실성한 것일까?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나.
스스로 점검하고 질타하며, 사고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자신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성찰해보자. 우리가 더불어 추구해야할 가치를 가다듬어보자.
김홍도, 포의풍류도, 지본 수묵담채, 27.9×37㎝ |
김홍도는 중인출신이다. 그러나 늘 자신의 삶을 품격 있게 가꾼다. 호 단원(檀園)은 명나라 문인화가 이유방(李琉芳, 1575 ~ 1629)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이유방의 인품과 재능을 닮고자 했다. 그의 자 사능(士能)은 그 유명한 <맹자>에서 가져왔다.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서도 한결같은 마음을 갖는 것은 오직 선비에게서만 가능하다.(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한결 같은 마음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늘 고매한 일상을 지향한다. 사대부로 자임하며 스스로 경계한다. 시서화로 가다듬고 풍류로 품격을 높인다. 풍류는 속된 것을 벗어난 고상한 유희(遊?)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불선 삼교사상이 바탕이다. 우주의 법도, 자연의 법도를 따르는 일이다. 하나님, 자연과 일치하는 천지인 합일이 지향점이다. 다정다감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고사로, 때로는 신선으로 자신의 작품에 등장한다.
그림을 보자. 좌측에 화제가 있다. "종이창에 흙벽 바르고, 목숨이 다할 때 까지 벼슬 없이 시가나 읊조리련다.(紙窓土璧 終身布衣 嘯?其中)" 포의는 베로 지은 옷으로 벼슬 없는 선비를 이른다. 소영(嘯?)은 흥얼거리고 읊조리는 것이다. 노래 부르고 시를 읊조린다는 말이다. 영조의 어진 등을 그린 공로로 안기 찰방, 연풍 현감에 제수되기도 하나, 부단히 근신(謹身)하며 살아온 단원의 속내이리라. 모든 불의가 자리다툼에서 비롯됨을 깨우친 결과 아닐까?
사방관 쓰고 포의 입은 사람이 비파를 연주하고 있다. 의관정제에 버선은 신지 않은 초탈한 모습이다. 비파는 현재 연주되지 않으나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널리 연주되던 악기이다. 무릎 앞에 생황으로 보이는 악기가 놓여있다. 박통에 17개의 죽관(13관, 36관도 있었음)이 꽂혀있는 악기다. 돌려가며 연주하나보다. 거문고와 피리 연주도 오묘했다 전하니, 다양한 악기를 잘 다루고 진정 음률을 즐겼던 모양이다.
앞에는 사인검(四寅劍)이 놓여있다. 사인은 인년, 인월, 인일, 인시이다. 이때에 제작한 칼을 말한다. 호랑이가 넷이다.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주 삼라만상이 담겨있다. 안으론, 올바른 길로 향하는 지조와 절개의 다짐이다. 바라보기에, 우측엔 호리병이 있다. 적당한 음주는 보약이다. 흥취 돋울 만큼만 마시는 것도 수양이다.
뒤쪽엔 책함이 쌓여있고, 여러 개의 두루마리가 묶여있다. 화병과 필병이 있고, 청동기로 보이는 병에 두루마리가 꽂혀있다. 영지, 산호는 영물로 이상세계의 상징이다. 그 주위에 붓과 먹이 놓여있는 벼루가 있다. 문방사우는 학문과 창작을 뜻한다. 화제 아래 파초 잎이 누워있다. 과거 파초는 신선의 풍취가 담겨 유거(幽居)의 상징이다. 모두 팔선도(八仙圖)에 등장하는 지물이기도 하다.
다시 다짐한다. 더욱 절차탁마하고 인품을 가다듬자. 늘 품격 있는 일상을 추구하자. 문화예술 활동으로 나 자신을 추스르자.
양동길/시인,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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