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직팀장 |
대전시 담당 직원은 해당 민원을 평생교육진흥원에 전달하고 전달받은 평생교육진흥원은 화들짝 놀라 지적받은 3권의 책에 대한 북토크를 취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언론출판계와 문화예술계 및 시민사회의 구시대적 도서 검열 사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대전시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은 '편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편향은 한쪽으로 치우친 성질을 의미하며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사용한다.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고, 살아온 역사에 따라 다양한 편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무의식적인 편향부터 행동적 편향 등 다양하다. 흔히 습관적으로 말하곤 하는 "옛날이 좋았지" 추억보정도 편향인데, 실제 같은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의 사실적 비교가 아닌 부정확한 기억과 추억에 의존한 인지적 오류라는 점에서 '좋았던 옛날 편향(Good-old-day bias)'이다. 데이터에 근거해 객관적 판단을 내릴 것 같은 인공지능조차도 어떤 환경에서 학습했는지에 따라 편향적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심지어 그 어떤 편향도 없이 사고 할 수 있다는 확신조차도 편향적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에서 특정 도서들이 편향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고, 세상에 완벽한 중립이란 것은 없으니 기본적으로 어떤 주장이나 내용은 어느 정도는 '편향'적이며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주장의 도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도서 검열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에 지적된 편향이 '좌편향'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다양한 편향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좌편향'은 마법의 단어다. 대전 주민 입장에서 사소한 민원 하나도 해결하기 어려워서 애를 쓰는데, '좌편향'은 행정 관료 사회를 전화 한 통화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좌편향'만 없으면 한국 사회는 아무 문제 없을 것 같다. '좌편향'은 듣지만 '우편향'은 듣기가 어렵다. '좌편향'은 보통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의 입을 막기에 효과적이다. 인권, 평등, 노동, 국가와 정부의 책임이라는 말을 하면 '좌편향' 딱지를 붙이기도 하니 범용성이 높다. 최근에는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그냥 민주주의라고 불러도 '좌편향'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붙일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 사람이 정말로 '좌편향'이라면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 보통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 딱지를 붙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리고 보통 누군가를 '편향적'이라며 딱지 붙이는 사람은 자신의 편향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좌편향' 딱지를 쉽게 붙이는 사람이 있다면 '우편향'이거나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사실 여부를 떠나 취사선택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편향 자체가 문제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편향은 의사결정을 왜곡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자신에게 어느 정도 편향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지나친 편향을 경계하며, 좋은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 다양한 주장과 의견을 접하고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훈련법이다. 편향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독서와 토론의 기회를 없애버린 것은, 또 한편의 편향이라는 점에서 작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코미디의 웃음 포인트는 '좌편향'으로 지적받은 도서 중에는 J.D 밴스라는 미국인이 지은 '힐빌리의 노래' 도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J.D 밴스는 현재 미국 공화당의 상원의원이고 내용은 미국 정치 지형에 대한 이야기다. 굳이 규정하자면 저자와 도서는 '우편향'이다.
2022년에 책 내용도 모르고 '좌편향'이라는 마법의 단어에 화들짝 놀라는 편향적 지방정부보다는, 다양한 주장과 내용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권장하는 지방정부를 마주하고 싶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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