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 인생길에 다가서고 보니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기고] 제2 인생길에 다가서고 보니

김명숙/수필가

  • 승인 2022-11-17 16:1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소동파의 시에 설니홍조 (雪泥鴻爪)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기러기가 눈밭에 남기는 선명한 발자국'이란 뜻입니다. 기러기가 남긴 발자취는 햇빛이 나면 녹아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인생의 흔적은 기러기의 발자취와 다릅니다.

뜻 있는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지내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제2의 인생길에 접어들면 존경을 받지 못할지언정 욕은 먹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말들 합니다.

중국 고사에 강산이개 (江山易改), 본성난개 (本性難改),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강산은 바꾸기 쉽지만, 본성은 고치기 힘든 것 같다'는 뜻입니다.

나이 먹을 수록 본성이 잇몸처럼 부드러워져야 하는데 송곳처럼 뾰족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하고 말했을 때, 그의 친구들이 "그럼, 당신은 자신을 아느냐?" 라고 되물었답니다.

그 때 소크라테스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답니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본성을 고치는 첩경이 될 수 있습니다.

남편의 정년 퇴직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집 화장대 거울 앞에 아래와 같은 글의 포스트가 붙여져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사랑할 시간은 더 짧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참 애썼다."

"그래도 당신은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잘 살아왔습니다."

얼마 전 남편이 정년을 앞두고 교육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정년퇴직이 코앞에 왔구나!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울컥해짐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남편은 참 열심히 살아주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청주로의 출퇴근길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처자식을 위해 직장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모든 남편들이 다들 그럴 것이지만 처자식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열심히 사는 고마움을 모르고 있습니다. 생을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직장의 정년이든 사업의 정년이든 정년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당신, 그동안 정말로 수고했어요"라고 말하며, 가슴으로 마음으로 안아주며 노고를 토닥여 주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편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32년 1개월을 한 직장에 몸담고 생활했으니 희로애락의 만감이 교차 될 것입니다. 언젠가 밥상머리에서의 대화, '인생2막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60대에 아직도 젊은 나이인데 말입니다. 남은 제2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는 대화에 몰두하였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30년 이상의 직장생활은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책임감으로 달려온 시간들이었다면 제2의 인생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통해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이 응원으로 함께 협력하며 남편을 인정해주며 응원으로 남편의 제2의 인생길에 꽃길만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사랑하며 지내는 시간도 더 짧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며 살며, 데레사 수녀님이나, 박정희 대통령처럼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일은 못 할지라도 남을 속이는 말을 하면서 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최소한 제2 인생길만은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여보, 그동안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수고 했어요."

김명숙/수필가

2022101301000701400027021
김명숙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