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눈밭에 남기는 선명한 발자국'이란 뜻입니다. 기러기가 남긴 발자취는 햇빛이 나면 녹아 없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인생의 흔적은 기러기의 발자취와 다릅니다.
뜻 있는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지내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제2의 인생길에 접어들면 존경을 받지 못할지언정 욕은 먹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말들 합니다.
중국 고사에 강산이개 (江山易改), 본성난개 (本性難改),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강산은 바꾸기 쉽지만, 본성은 고치기 힘든 것 같다'는 뜻입니다.
나이 먹을 수록 본성이 잇몸처럼 부드러워져야 하는데 송곳처럼 뾰족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하고 말했을 때, 그의 친구들이 "그럼, 당신은 자신을 아느냐?" 라고 되물었답니다.
그 때 소크라테스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답니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본성을 고치는 첩경이 될 수 있습니다.
남편의 정년 퇴직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집 화장대 거울 앞에 아래와 같은 글의 포스트가 붙여져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사랑할 시간은 더 짧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참 애썼다."
"그래도 당신은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잘 살아왔습니다."
얼마 전 남편이 정년을 앞두고 교육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정년퇴직이 코앞에 왔구나!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울컥해짐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남편은 참 열심히 살아주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청주로의 출퇴근길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처자식을 위해 직장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모든 남편들이 다들 그럴 것이지만 처자식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열심히 사는 고마움을 모르고 있습니다. 생을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는 직장의 정년이든 사업의 정년이든 정년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당신, 그동안 정말로 수고했어요"라고 말하며, 가슴으로 마음으로 안아주며 노고를 토닥여 주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편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32년 1개월을 한 직장에 몸담고 생활했으니 희로애락의 만감이 교차 될 것입니다. 언젠가 밥상머리에서의 대화, '인생2막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60대에 아직도 젊은 나이인데 말입니다. 남은 제2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는 대화에 몰두하였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30년 이상의 직장생활은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책임감으로 달려온 시간들이었다면 제2의 인생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통해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이 응원으로 함께 협력하며 남편을 인정해주며 응원으로 남편의 제2의 인생길에 꽃길만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사랑하며 지내는 시간도 더 짧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사랑의 언어로 표현하며 살며, 데레사 수녀님이나, 박정희 대통령처럼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일은 못 할지라도 남을 속이는 말을 하면서 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최소한 제2 인생길만은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여보, 그동안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수고 했어요."
김명숙/수필가
김명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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