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일단 많이 알려진 방법은 성장호르몬 치료이다. 그러나 선뜻 성장호르몬을 선택하기에는 고민할 부분들이 많다. 먼저, 성장호르몬 치료는 특별한 질병이 없으면서 성장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아이 중 3% 이내의 작은 키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대상이 된다. 다음으로 성장호르몬의 항인슐린 효과에 의한 일시적 당뇨병을 비롯해 척추측만증, 고관절 탈구, 두통, 부종, 구토 등 호르몬 교란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초경을 더욱 촉진하기 때문에 성호르몬억제제(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유사체, GnRH agonist)를 함께 투여하기도 하는데, 성호르몬은 성장호르몬을 활성화하는 역할도 하므로 서로 효과가 반감되고 부작용만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성장호르몬 투여에 의한 최종 키의 증가가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전문가 의견들도 있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는 특발성 저신장증 소아청소년 대상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치료받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평균 키가 5cm 크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 '성인 신장 표준편차점수' 결과에서는 최종 키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등 성장호르몬 치료의 효과가 일관되지 않아 장기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국내 소아전문 한방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국내 평균 초경 연령인 12.4세 이전에 초경을 시작한 42명의 평균키는 162.6㎝이었으며, 12.4세 이후 초경을 시작한 41명의 평균키는 163.3㎝로 거의 비슷했으며, 초경을 일찍 시작한 집단은 초경 후 평균 7.5㎝가 자란 반면, 초경을 늦게 시작한 집단은 5.9cm 자라 결과적으로 초경 시기가 성장이 끝난 후의 키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어떻게 치료하고 있을까? 사실, 동의보감과 같은 고전의서에 "키를 크게 만드는 처방"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기와 혈이 부족하지 않고, 순환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질병이 없고 건강하게 자란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한의치료는 직접적으로 키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 외에도 수면, 소화, 운동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전반을 도와준다. 결국 한의치료의 핵심은 '키를 크게 하는 것' 보다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돕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의 상황에 따라 기운을 북돋아 피로를 풀어주거나, 소화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한약을 주로 처방하며, 이러한 한약재를 배합하여 추출한 물질이 성장호르몬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특허들도 계속 등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의 성조숙증 치료 및 키 성장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올해 발간된 '소아·청소년 성장장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백분율 3% 이상의 정상 범위 저신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한의치료를 고려할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하였으나(권고등급 B, 근거수준 Moderate), '성조숙증을 동반한 성장장애'와 '특발성 저신장'에 대해서는 한의치료를 권고할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권고등급 C/B, 근거수준 Low).
마지막으로 한의치료와 함께 하루 30분 이상 햇볕 쬐기,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등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며, 특히 성장호르몬 분비량의 3분의 2는 취침 후 1시간에서 3시간 사이(보통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분비되며, 수면패턴이 불규칙해지면 성장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 일주기 리듬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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