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필자는 출향인과 고향사랑마음이라는 표현이 나온 계제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관련해 외람되지만, 몇 가지의 아이디어를 제언하고자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연간 한도 500만 원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1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려는 취지에서 작년 국회에서 통과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일본은 이 제도를 2008년에 고향납세제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는데, 2020년의 기부금이 도입 당시보다 83배 증가한 7조 1486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자체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준비와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답례품 선정을 강구하며, 출향인에 대한 홍보 대책을 세우는 데 분주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같은 준비는 필요조건이라기보다는 충분조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지자체가 이 제도를 활성화하고 성과를 내려면, 출향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출향인의 참여는 고향사랑마음에서 나온다. 따라서 출향인의 고향사랑마음에 다가가는 것이 관건이다. 대체로 고향 정체성(identity)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그 강한 정도는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까지 거주했던 지역, 중·고등학교 시절 거주했던 지역, 아버지의 고향 등이 순서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언젠가는 어머니의 고향이나 열정적이고 행복하게 살았던 지역도 '마음의 고향'으로 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출향인의 고향사랑마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고향 자랑거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고향 자랑거리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무형의 문화자산 뿐만 아니라 출향인과 그 가족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화합하는 모습과 미래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점에서 고향사랑기부 캠페인을 추진할 때, 이념, 세대, 젠더 등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범시민기구의 통합적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출향인 모임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충청 출향인의 대표적 모임으로는 충청향우회, 백제의 미소회(백소회), 충청포럼, 충북포럼, 사회공헌포럼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향우회와 동창회, 그리고 친목회 등이 있다. 지역사회의 리더들, 특히 시·도지사, 기초지자체장 등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설사 시간 내기가 어렵더라도 이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자발적이고 행복한 기부문화'를 생각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자칫 잘못하면, 지역 간 경쟁을 촉발 시키고 공무원의 실적을 채근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출향인이 부담 없이 흔쾌하고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언론이 훈훈한 미담을 찾아 널리 알리는 역할이 중요하다.
참고로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한 '정책대화'가 12월 9일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대전사랑시민협의회, 사회공헌포럼, 지역정책포럼의 공동주최로 개최됨을 안내 드린다. 독자분들의 넓은 해량을 구하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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