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가 기자회견장에서 답답해하며 한 말이다. 민선 8기 충남도는 윤석열 대통령 지역공약과 맞물린 정책들을 쏟아냈다. 하나같이 도민의 삶과 직결되고 충남 미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약들이다.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시절에 나온 공약을 토대로, 같은 당인 도지사가 도정 설계를 한 것이다.
그러나 불안하다. 일부 공약들이 공모로 전환되는 상황이 나오면서다. 경찰병원 아산 분원이 그렇다.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도민보고회에서 국립경찰병원 분원 설립을 약속했고, 도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부지 확보부터 논리 개발 등을 진행해왔다.
여기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찰청이 경찰병원 분원을 공모로 접수하면서다. 대통령 공약임에도 19개 지자체(건립지 24곳)가 접수하면서 경쟁이 과열됐다. 도민들도 뿔이 났다. 충남 시민사회단체는 "경찰청은 공모로 접수해 이미 약속된 대통령 공약 이행 전에 소모적인 유치 경쟁을 심화시키고 전국적으로 지역 간 여론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국립경찰병원 분원 부지평가위원회는 최근 충남 아산, 경남 창원, 대구 달성으로 1차 평가 결과를 내놨다. 결과적으로 19곳 중 탈락한 16곳 지자체는 아쉬울 수밖에 없고, 정책 공약이었던 충남도민과 아산시민들은 안도하면서도 불안해했다.
한 차례 공모라는 답답한 상황이 나오자 대통령 지역 공약이 공모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공모로 전환된 사례가 나온 만큼 '또 공모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부담과 불안이 나오는 것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 충남 천안 유치 역시 대통령 정부 지역 정책 15대 과제에 속한 공약인데, 공모 전환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도와 천안시도 불안한 듯하다. 8일 충남도청에서 업무협약을 통해 실효성과 명분을 다 잡아냈음에도 눈치가 보인다. 이 자리에서도 김태흠 지사가 공모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공모의 경우 공개 모집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지역 정책의 경우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정책적·경제적 타당성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대통령 지역 정책 공약을 공모로 전환한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괴할 뿐 아니라, 지자체 간, 국민 간 분열을 좌초해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한다. 명분과 효율성, 그리고 필요성이 보장된 상황일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지역마다 지키고 가꿔나가야 할 정책과 과제가 있다. 이에 대한 실행력이 빨라지기 위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조훈희 내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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