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한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그런데 투약범죄와 공급범죄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투약범죄는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고, 범행이 반복적·상습적으로 행해진다. 투약자의 계층이 다양하고 투약의 동기 또한 매우 다양하다. 특히 폭력, 재산, 풍속범죄를 동반하는 복합범죄의 형태를 띤다. 반면 공급범죄는 전형적인 조직범죄이고 전문가에 의한 교묘한 수법, 점조직의 특징이 있다. 참고로 독일,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은 일정한 약물 투약을 비범죄화하고 있고, 벨기에는 집단투약만 처벌하며, 프랑스와 룩셈부르크는 투약자에 대하여 감경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국가들은 공공장소에 투약 장소를 개설하여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투약하고, 양성화, 위생관리, 계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는 투약은 양성화, 공개화하고 생산과 유통을 강력하게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태국을 포함하여 대마초를 합법화한 나라들이 다수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마초가 청소년과 학생들에게 번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론화된 적이 있다. 1970년 4월경에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조직적인 범죄사건이 '해피 스모크'로 불리는 대마 흡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한국은 2017년 이후로 더는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때는 한국이 비교적 마약퇴치에 성공한 '마약의 안전지대'였다. 그 근거는 국내 마약류 밀제조 근절, 마약류 거래의 중간경유지 내지 세탁지로 이용되는 사례 증가, 조직폭력배의 마약류 범죄 개입 차단, 청소년 마약사범 미미, 고가의 마약류 밀거래 가격유지, 마약류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 고조 등이었다. 그러나 마약류 밀거래 가격이 하락하여 마약류 판매방식이 특정 소수의 고객 상대에서 불특정 다수의 고객 상대로 전환되고 마약류 구매능력이 거의 없는 10대 청소년 및 빈곤계층까지 마약류를 구매·남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마약류 투약계층의 저변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게다가 마약사범에 대한 미디어에의 접근이 쉬워지고, 영향력이 커진 만큼 청소년들도 이러한 마약유통 실태와 마약사범 처벌에 관한 정보들에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마약 김밥', '마약 같은 영상' 등과 같은 용어는 일상화된 표현이고, '약 빨았다'와 같은 표현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대해서만 아니라 배우에 대한 칭찬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것들이 마약에 대한 경계심, 장벽 등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호기심과 환상을 초래하기 쉽다. 아무쪼록 마약과의 전쟁이 구석에 몰린 전과자 양산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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