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었던 그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아내, 부모, 형제를 모두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잃었다. 저자 자신도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추위와 굶주림, 폭행 그리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의 의지를 되새기며 마침내 살아남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악의를 목도하고 경험했으면서도 인간에 대해 따스한 마음과 희망적인 시각을 견지했다는 것이다.
온갖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낙관적으로 대처하고 그리하여 곧 희망을 찾아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는 가족을 모두 잃고 빠진 절망감의 늪에서 '이제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구나. 나 같은 인생은 산다는 것 자체가 사치야'라며 자학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을 새삼 되돌아보았다. 지금 수많은 사람이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데 의사인 자신이 죽는다면 저들은 과연 누가 고통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까에 방점이 찍혔다.
그로부터 그는 다시 태어났다. 프랭클은 결국 불굴의 의지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좌절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었다.
어떤 절망에도 희망이, 어떤 존재에도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한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경험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 치료법 이론인 '로고테라피'를 창시했다.
로고테라피(Logotherapy)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로고스Logos'와 '치료'를 의미하는 '테라피therapy'가 합쳐진 것이다. 삶의 가치를 깨닫고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둔 실존적 심리치료 기법으로, '의미치료'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따라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우는 것, 인간이 스스로 삶의 의미를 대면하고 알아내도록 도와주는 기법이 로고테라피라고 할 수 있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다 극적으로 구조된 두 광부가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구조될 때까지 커피믹스를 먹으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이 뉴스로 보도되면서'이태원 참사'에 가슴까지 답답했던 국민들은 어떠한 절망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반드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긍정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울러 커피믹스의 재발견과 함께 사소함과 소중함의 차이를 동시에 느꼈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것도 얼추 만날 습관화된다면 생활이 된다.
20년 전부터 새벽 4시면 일어나 글을 쓴다. 전날 취재한 것을 정리하는가 하면, 신간 출간에 대해서도 고민을 분류한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감초이자 동반자는 단연 커피믹스이다.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스위치를 누른다. 잠시 후 물이 팔팔 끓는 소리가 지난밤의 안 좋았던 악몽까지 일거에 희석하며 다가온다. 커피잔에 커피믹스를 넣고 끓인 물과 접선시킨다.
티스푼으로 몇 번 저어주면 드디어 완성! 달달한 맛과 풍요로운 향기가 밤새 굶주렸던 뱃속과 정서까지 동시에 위무한다. 커피믹스는 출근해서도 다시 만나는 정겨운 친구다. 일종의 '로고테라피'가 아닐 수 없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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