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높임말과 존칭은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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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높임말과 존칭은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2-11-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시회가 있었다. 명칭이 원로작가 초대전이었다. 원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화가가 있었다. 누가 원로작가인가? 아무런 주제나 논점이 없는 이런 전시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세태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을까?

원로(元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 오래 종사하여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이다. 원래는 나이나 벼슬, 덕망이 높은 벼슬아치를 이르던 말이라 한다. 특정 단어나 미사어귀가 보편화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작품 내용이야 따지기 어려우니 논외로 하더라도, 전시회 작가에는 오십대도 있고 칠십대도 있었다. 여러 단체의 초대작가도 있고, 그런 경력이 일천한 사람도 있다. 분석해보진 않았지만 화단에 대한 공로는 천차만별이다.

높여 부르는 말로 이해하면 문제될 게 없으나 자격으로 생각하니 문제가 된다. 높여 부를 때는 예우 차원이니 규정이 없어도 상관이 없다. 좀 미흡하더라도 그렇게 되라는 격려와 응원차원으로 미사어귀를 붙인다. 높여 부를 수 있다. 집단으로 사용하니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존칭이 무리에 사용되니 거슬리는 것일까? 부적합 사람이 끼어있다는 말일까? 누가 원로라는 자격을 부여했을까? 누가 지정할 수 있나? 나이, 경력, 실력, 공로 등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따지기가 간단치 않다.



일반적으로 화가는 그림 그리는 일이 주업인 사람이다. 조선시대 화가 최북(崔北, 1720 ~ ?)은 붓으로 사는 사람이라 하여 스스로 호를 호생관(毫生館)이라 하였다. 대단한 자신감과 긍지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예술 활동만으로 밥 먹고 살기는 쉽지 않다. 연예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예술분야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예술이 주업인 사람은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예술가가 아니라 보진 않는다. 다른 일 없이 예술작업만 전적으로 하면, 따로 전업 작가라 부른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종사하는 분야는 각양각색이다. 호칭 또한 여러 가지다. 작가, 화가, 화공, 화백, 화사, 화선, 화수, 화원, 환쟁이 등이 있다. 만화가와 같이 특정 분야에 '가'를 붙이는 경우, 웹툰작가와 같이 '작가'를 붙여 사용하는 경우, 일러스터 등과 같이 외래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분야 등 퍽 다양하다.

'환쟁이'는 그림 그리는 사람을 낮추거나 비하하는 말이다. 어떤 재주 가진 사람을 낮추어 부를 때 '쟁이'라 한다. 환은 '그림 그리는'이 하나로 된 말이다. 화의 변형, 밑그림이 동그랗다는 환(環), 그림을 돈 받고 팔아서 바꾼다는 환(換)이 어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화공(?工)은 화가에 붙이는 옛 명칭이라고 하나, 변질되어 창의성 없이 같은 그림 그리길 반복하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둘 다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호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례라는 말이다.

화사(?師), 화수(?手), 화원(?員) 등은 조선시대 사용하던 명칭이다. 화백(?伯)은 원로와 같이 존중과 존경심을 반영한 높임말이고, 화선(?仙)은 뛰어난 작가라 칭송하여 부르는 말이다. 성이나 호에 붙여 사용한다.

'대전화백전' '충정화사전' 등과 같이 존칭이나 높임말을 단체에 사용하면 어색하지 않은가? 그러나 '화백 초대전' '화사 초대전'과 같이 사용하는 경우는 다르다. 초대하는 사람 각각을 존중하고 높인다는 말 아니겠는가? 원로작가도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원로작가회'와 같이 단체 명칭으로 사용하면 부적절하지만, '원로작가 초대전'은 무방하지 않겠는가?

언어구사는 자유이다. 신조어를 만드는 일 또한 자격증이 없다.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만들었다고 다 유통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지와 공감을 받아야 한다.

예술가에게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자격이라 한다면, 작품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보여주지 않으면 작가라 할 수 없다. 문학의 경우 작가의 관문이 어려웠다. 관문을 포함 기존의 질서를 무너트리기 위해 미국 등지에서 1970년대 무크지 운동이 일었다. 국내에서는 1980년 대 일이다. 대표적으로 부정기 간행을 의미하나, 작품을 발표하면 누구나 작가로 인정하자는 것도 포함되었다. 곧, 자신의 생각을 담아 글 쓰고 발표하면 작가라는 뜻이다. 지금도 예술 모든 분야에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인정의 동물이다. 남에게 인정받길 원한다. 그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 절차라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명장, 명인 등 존칭도 거래가 이루어진다. 필자가 언급한 적이 있다. 명장은 당연히 훌륭한 장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국가가 명장을 선정했다. 산업현장에 장기간 종사하고 투철한 정인정신과 최고의 기술로 기술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당초, 존칭, 높임말을 기술발전 진작에 사용한 것부터 문제이다. 상술에 이용하기 위해 아무 곳에서나 명인, 명장을 수여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작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사람에게 '작가'라는 호칭만으로 뿌듯함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호칭보다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이 먼저다. 명인, 명장 또한 자격증이 아니다. 훌륭한 창작이 있으면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일이라 생각하는 허황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수요가 많다보니 허구가 거래되는 것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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