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국 동시조합장 선거를 진단하다]
(하)전문가 진단
내년 3월 8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비상임조합장체제와 무자격조합원을 두고 전문가들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선까지 가능한 상임조합장과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비상임조합장을 동등한 구조로 만들고, 조합원 가입 시 자격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게 해야 공정한 선거가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8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대전의 14개 농·축협 중 최다선은 9선의 대전원예농협 김의영 조합장이다. 내년 연임 시 10선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해당 조합은 비상임조합체제로, 그간 선거를 치르며 각 후보들이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비상임조합체제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어 두 번째 다선으론 류광석 유성농협 조합장이 6선이며, 한태동 북대전농협 조합장과 임헌성 서부농협 조합장은 각각 4선이다. 지역 조합 중 재선은 총 4명이며, 6명은 초선이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융합학과 교수는 "비상임조합장은 연임이 가능하고, 상임조합장은 재선까지 제한하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조합의 발전 방향을 위해서라도 차등을 두는 것보다는 동일한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대 교수도 "농협에서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을 예외로 규정한 것은 상임이사가 경영을 맡으며 조합장 권한을 나누고자 함인데, 여기서 조합장의 입김이 작용될 여지가 있다"며 "반드시 오래 한다고 바꿔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젊은 피가 수혈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무제한 연임으로 인한 원인과 대책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임을 하는 게 문제인지,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게 문제인지를 볼 필요가 있고, 매관매직 등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장기집권으로 조직의 발전이 없다던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때 연임 제한을 둘 순 있지만, 무작정 오래해서 바꿔야 한다는 시각보다는 연임했을 때 나타나는 일련의 문제와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무자격 조합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대전의 무자격 조합원은 2021년 말 기준 483명으로 집계됐고, 올해도 9월 25일 현재 284명이다. 연말까지 전년 유령조합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대전 유권자 수인 1만 6841명엔 한 참 못 미치지만 직전 선거 당시 개인별 득표수를 보면 무자격 조합원이 영향을 끼치기엔 충분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회 선거 당시 대전의 한 조합에서 당선된 한 조합장의 표는 205표다. 가장 많은 표는 711표다. 전년도 무자격 조합원이 한 조합에만 쏠렸다고 가정하면 선거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호 교수는 "일반 단위 농협에선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격과 심사가 엄격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무자격 조합원이 생기는 것으로 본다"며 "자격에 대한 검증 없이 가입만 하는 것이 관례라고 보는데, 자격을 명확하게 봐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호택 교수도 "사망자 중에 무자격 조합원이 있다면, 누군가가 투표를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불법선거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가입조건 중 농지경작이 있는데, 만약 해당 조합원이 사망했다면 그 땅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와 가족들에게 있는지 등등 명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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