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 율기편에 있는 글로 '뇌물을 주고받는데 누군들 비밀스럽게 하지 않으리오만, 밤 중에 행한 바도 아침이면 모두 알게 된다.'라는 뜻이다.
같은 의미로 청렴을 강조했던 중국 고사를 소개하면 후한(後漢)의 양진이라는 사람이 동래 태수를 임명받고 부임하러 가는 길에 창읍이라는 고을을 지나는데 그 고을의 현령으로 있는 왕밀이 찾아와 "사또께서 형주자사로 계실 때 저를 추천해 주셔서 이 고을에서 벼슬살이를 잘하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라며 금(金) 열 냥을 바치며 "이 사실은 사또와 저밖에 모르니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양진은 정색하며 "어찌 자네와 나만 아는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않는가? 둘이 아니라 넷 모두가 이를 아는데 어찌 받을 수 있는가?"라며 거절했다는 고사는 '천고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등록 청렴전문강사로 외래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강의 시작 전 '사지(四知)니 청렴(淸廉)으로 사수(四守)하라.' 즉 '네가 알고 내가 알며 하늘이 알고 땅이 아니 청렴으로 자신과 가족, 조직과 나라를 지키라.'는 서두(序頭)로 강의 시간을 연다.
수십 년간 공직을 수행하면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청렴'과 '슬기'라는 두 단어다. 국어사전에는 '청렴'이란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는 것이고 '슬기'란 사물의 이치를 바르게 살펴서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라 쓰여 있다. 이처럼 바르게 살피고 정확하게 직무를 수행하면 아무 일 없이 정년(停年)을 맞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공직을 수행하다 보면 유혹에 빠질 수도 있고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곤경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21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OECD 38개국 중 22위다. 국제적으로 청렴한 나라로 인정받으려면 20위 안에 있어야 하는데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아직도 20위권 밖에 머물고 있으니 참으로 아쉬움이 많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추진,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채용 비리나 갑질 방지 노력, 그간의 관행 개선 등 정부와 민간의 종합적 반 부패개혁 노력으로 긍정적 변화가 보이고는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최근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다 발각되어 4000여 명이 검찰에 송치되었던 LH 사태, 무일푼인 가짜 수산업자에게 공직자와 언론 종사자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청탁 금지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것을 볼 때 우리 사회가 깨끗하고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청렴해지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여야 할까?
첫째, 공직사회 연고·온정·정실주의 등 부패 요소를 없애야 한다. 둘째, 고위공직자와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등이 더 솔선수범하고 이들에 대한 감시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기업인에게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패 수익은 반드시 1원까지도 환수하는 한편 부패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는 두 사람만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모두 다 아는 공개된 비밀이다.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청렴(淸廉)을 생활화하여 자신과 가족, 그리고 조직과 국가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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