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진단하다]
(중) 유령조합원 판치는 선거, 이번엔 없을까
농협의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그간 자격 없는 '유령조합원'으로 몸살을 겪어왔다.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도입된 2015년 전부터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대전의 경우 한 지역농협은 선거 이후 무자격 조합원이 대거로 투표에 참여해 선거 이후 선거가 전면 무효처리 되기도 했다. 가짜조합원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음에도 아직도 자격 없는 조합원들이 유권자로 등록된 상태다.
7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실로부터 제공 받은 '연도별·지역별 무자격 조합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지기 직전 해인 2014년 말 기준 대전의 무자격 조합원은 1049명으로 집계됐다. 무자격 조합원은 사망하거나 이주, 파산, 자격상실 등으로 선거자격을 잃었으나 투표를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을 뜻한다.
선거가 치러지기 직전 해에 1000명대를 보인 무자격조합원은 2015년엔 355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어 2016년엔 2명으로 확 줄어들었다. 쉽게 말해 선거가 치러지기 직전엔 가짜조합원 수가 대폭 증가하다 선거가 치러진 이후엔 확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치러진 2회 선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18년 447명의 무자격 조합원이 생겨났다가 2019년엔 297명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엔 241명으로 감소했다. 1·2회 선거 모두 선거 전해에 무자격 조합원이 대폭 증가하다가 선거를 치른 이후 서서히 줄어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내년 3월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무자격 조합원은 2021년 483명으로, 전년도인 241명보다 늘었다. 2022년 9월 25일 현재 284명으로 올해 말까지 집계된다면 전년도 무자격 조합원 수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무자격 조합원은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혼란을 야기한다. 무자격 조합원으로 선거가 무효된 사례도 있다. 지역의 한 농협은 2010년 1월 11일 치러진 조합장선거에서 A 씨가 618표를 획득해 298표를 획득한 B 씨를 누르고 당선됐다. 문제는 선거 이후 불거졌다. 해당 지역 농협은 선거 후 농협중앙회의 조사에 따라 무자격자 303명을 탈퇴시켰다. 이들 중 231명이 조합장선거에 투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자격이 없는 상황에서도 조합원 자격이 유지된 130명도 선거에 참여하기도 했다. 3년이 훌쩍 넘은 2013년 6월에서야 선거가 전면 무효 되는 소동이 일었다.
때문에 내년 3월 선거를 앞두고 공정 선거를 위한 무자격 조합원 색출이 중요한 시점이다. 농업협동조합법상 지역농협의 조합원은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 축협도 소와 말 등은 2마리, 돼지와 사슴 등은 5마리, 닭과 오리는 100마리 이상을 키워야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주어지는 자녀 장학금과 농업 관련 비료 지원 등의 혜택이 무자격 조합원에게 가지 않도록 농식품부와 함께 실태조사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내년엔 큰 선거가 있는 만큼 합동 단속을 통해 실태조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