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5년 전인 2017년 1월 정부과천청사로 향하는 방위사업청 이전 차량 |
민주당 일각의 주도로 윤 대통령이 증액한 예산을 송두리채 도려낸 것인데 참여정부 흔들림 없는 당론이라고 주장해온 균형발전 가치를 스스로 외면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에서 예산소위가 내년 방사청 대전이전 예산 210억 원 가운데 무려 42.8%인 90억 원을 삭감한 120억 원을 그대로 확정 의결했다.
국방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는 데 예산안 의결 당시 여야 위원들은 별다른 이의를 개진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숫자를 앞세운 다수당의 그간 행보로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는 사태였다.
지난 10월 31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윤후덕(파주갑), 김병주(비례), 정성호(양주)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방사청이 내년부터 부분이전할 경우 업무 효율성 저하 등을 우려해 반대한 것이다.
충청권 반발이 커지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전 지역 의원들과 만나 "당내 방사청 대전이전에 반대는 없다. 힘을 싣겠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예산 칼질'을 막진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방사청 예산 삭감에 민주당이 밝힌 이유 외에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사청 대전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3·9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 전임 시장이 공을 들여온 우주항공청을 PK에 설립하는 대신 방사청 대전행을 전격 약속했다.
대선 이후엔 윤 대통령이 직접 조기 이전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애초 잡혀 있던 정부 예산안 120억 원에 기본설계비 명목으로 90억 원을 추가로 태운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이번에 삭감된 예산 90억 원은 바로 '윤석열 예산'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야당은 다음달 초까지 이어지는 예산안 정국에서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 권력기관 예산 등의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충청권에선 방사청 예산 삭감의 기저엔 이같인 민주당의 기조도 깔려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충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방사청 이전 예산이 삭감되면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방사청 대전이전이 야권의 수도권 의원들의 주도로 차질을 빚으면서 최근 동력이 붙기 시작한 윤석열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도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국가적 백년대계인 혁신도시 시즌2 추진과정에서 이전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일부 수도권 논리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줬다는 것이다.
나아가 당장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판세에도 이번 사안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전통적 캐스팅 보터 지역인 충청권에선 여론조사에 따라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지만 야당의 충청 발목잡기 프레임이 작동할 경우 판세가 출렁일 가능성이 없진 않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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