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가을 탐방을 가다-충북 괴산군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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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가을 탐방을 가다-충북 괴산군 일원

덕천 염재균/수필가

  • 승인 2022-11-06 11:2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2년 11월 2일(수요일)

출렁이던 황금물결이 자연의 섭리에 의거 하나 둘 껍질이 벗겨지듯 알몸을 드러내는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울긋불긋 단풍이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11월 초순경인 오늘 문학 전문지 '계간 문학사랑'을 발간하는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와 '월간 충청예술문화'를 발간하는 충청예술문화협회가 합동으로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3년 만에 실시하는 괴산지역 일원으로 예술문화 가을 탐방에 동참하게 되었다.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로인해 암흑의 시대에 살았다라고 할 수 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 실시와 애경사 및 사람만나는 것을 꺼리는 고립생활의 연속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허를 찔린 것이 미국전역에서 매년 10월 말경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핼러윈 축제를 이태원의 밤거리에서 즐기기 위해 모였다가 수많은 인파로 인해 좁은 골목의 내리막길에서 156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압사를 당하고 187명이 부상을 당하는 끔직한 참사가 지난 일요일 밤에 일어났다. 사고를 당해 고인이 된 분들과 유가족에게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드린다. 이번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된다. 집을 떠나는 순간 안전은 필수여야 하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또한, 성숙한 시민의식도 가지고 행동하여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필자가 사는 태평동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청에서 내려 도시철도 시청역 1번 출구로 걸어가니 가을 탐방을 가기위해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들을 기다리며 서 계시는 리헌석 이사장님과 박종국 회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노령인데다 얼마 전 몸을 다쳐 불편하신 김용복 칼럼리스트도 미리 와서 차 안에 앉아 계셨다. 잠이 없으신지 나이든 분들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어서 미안함이 밀려왔다.



오전 8시경에 33명의 문학인들을 태우고 탐방지를 향해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안전띠를 하라는 인솔자의 당부말씀을 시작으로 리헌석 이사장님의 인사말씀과 박종국 회장님의 괴산지역의 상세한 소개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지되었다가 3년 만에 탐방을 가기에 모두들 부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고속도로를 진입하여 조금 가다보니 멀리 보이는 산과 가로수들은 겨울을 대비하느라 울긋불긋 단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11월 초의 가을의 날씨는 변화가 심하다. 안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산허리를 감싸더니 들판으로 내려와 오리무중의 세계로 변하며 몸을 움츠리게 한다.

관광버스는 증평ic를 빠져 나와 첫 번째 목적지인 '소월 경암 문학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수확을 끝낸 들녘은 소 사료로 쓰려고 둥글게 말아놓은 하얀 도넛모양의 짚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고, 허수아비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증평군 도안면 화성리 있는 소월 경암 문학 기념관은 호국영웅 중의 한사람인 연제근 상사의 동상과 기념비가 있는 공원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학 기념관에 도착하니 유금남 관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먼저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모두들 밝은 표정이었다. 이어서 문학 기념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관람의 시간을 가졌다. 1층에는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소월 김정식의 흉상과 여러 편의 시를 벽면에 배치하고 시인이 쓴 책들과 생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알기 쉽게 전시해 놓고 있었다. 특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손 모양의 부조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눈 여겨 볼만하다. 이번 탐방에 참가하신 작가 분들의 부조도 눈에 들어온다.

2층으로 올라가니 설립자인 경암(景庵) 이철호(李喆鎬)의 문학세계 및 한의사로서의 헌신했던 삶과 정치가로 서울시 의회에서 활동한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문학관을 나오면서 보니 농촌지역에 어울리지 않게 외딴지역에 위치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주변 관광지역과 연계하여 운영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학 기념관의 방벽에는 특이하게 꽃을 심을 수 있도록 화분모양을 해놓아 노란 국화가 웃으며 가을의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몸을 움츠리게 했던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국가 민속 문화재인 제136호인 56칸의 '김항묵 고택'이었다. 괴산군 칠성면 성산마을 유래비가 있는 곳에 위치해 있는 고택은 후손인 증손자가 지금도 살고 있는데, 관리하기가 힘들어 곳곳에 먼지가 쌓이고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낮은 동산을 배경으로 양지바르고 터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양반집이라 우리나라 전통 상류주택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고 하니 살고 있는 후손 및 관계당국에서는 보존이 잘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화재로 인한 소실이 되지 않도록 사전예방에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고택을 나오면서 보니 수확을 끝낸 대추나무에 매달린 붉은 대추 몇 알이 눈에 들어온다.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속담이 생각나 나무를 흔드니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대추도 떨어졌다. 대추를 먹어보니 꿀맛이다. 옆에 있는 시조시인이며 유머 강사인 박봉주님에게 대추 한 알을 건넸다. 비록 작은 대추 한 알이지만 가을을 먹는다고 하시며, 달콤함이 입속을 헤맨다고 좋아 하셨다.

괴산하면 떠오른 것이 관광명소로 유명한 '산막이 옛길'이다.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는 박봉주 시조시인의 유머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산막 옛길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식사부터 하자는 인솔자의 말에 따라 맛 집으로 유명하다는 '짚은 묵 맛 집' 식당으로 들어갔다. 푸짐한 버섯과 두부가 들어간 전골과 도토리묵을 서민들의 술인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이어서 산막이 옛길을 소개하는 관광 안내소로 가 정세영 문화해설사로부터 안내를 받았다. 몸이 불편한 분들은 선착장으로 가 배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산막이 옛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초입에는 사랑을 나누는 연리지 나무가 보인다. 나무둘레를 50바퀴 돌면 첫사랑이 이루진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나무 계단을 오르다 보니 연세가 많은 할머니들이 쓴 시들이 눈길을 끌어 그 중에서 한편을 소개해 본다.

머리는 복잡하고(지은이 정금례)

속이 답답하네./ 떠나고 싶네./ 훌훌 사방으로/ 돌아다니고 싶네.//

여기를 확 내 빼고 싶네./ 하하

소나무 동산을 지나니 출렁다리가 나보란듯이 걸려있어 호기심에 이끌려 건넜다. 흔들리지만 그런대로 재미가 있는 순간이었다. 계단이 많고 참나무류가 많은 잔도 길로 낙엽들이 많이 떨어지고 있지만, 멀리보이는 산에는 무르익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있는 장관이었다.

가는 곳에는 호랑이 굴도 보이고 여우비 바위굴, 괴산바위, 아름다운 미녀 참나무 등이 있어 지루하지가 않은 길이었다. 차돌바위나루 선착장에서 내린 분들과 합세하여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산막이 당산나무가 고사목이 되어 반겨주고 있다.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는 죽어서도 수호신이 된 것 같다. 언덕에는 은빛물결의 억새가 장관을 이루며 춤을 추고 있었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니 삼신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와 하나 되어 단풍과 조화로운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가 되어 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최근에 건설된 호수를 가로지르는 '연하협 구름다리'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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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바위에서 김용복 칼럼니스트와 함께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건너서인지 구름다리가 흔들거린다. 내 마음도 흔들거리는 것 같다. 중간에 서서 붉게 물들어 있는 주변 산과 호수의 풍경은 그 어느 유명한 화가도 그려낼 수 없는 소중한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산막이 옛길의 자연과 벗하고 싶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 탐방지인 '오장환 문학관'으로 관광버스는 달려가고 있다. 보은군 회인면에 있는 문학관은 잘 정돈된 작가의 생애와 시집, 그리고 문학 친구 등이 눈에 띈다. 월북문인이라 광복 후 40년이 지나 해금조치가 이루어져서야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옥천이 낳은 '향수'의 시인으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을 만나 시를 배웠다고 하니 그의 시 세계에 영향이 많이 나타나 있다고 한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문학인들의 가을 탐방인 괴산일원으로의 예술문화 답사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짧아진 가을 해가 붉은 빛을 내며 잘 가라며 배웅을 해주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김영수 학장님의 말씀이 "글을 잘 쓰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인간관계를 잘 하는 것이 낫다" 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

그리고 강임구 원장님의 웃음 특강으로 하나 된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있다.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 허허허….

여행이나 탐방은 똑 같은 곳을 가더라도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고 한다. 문학을 같이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그 맛이 배가 된 것 같다.

끝으로, 괴산일원으로 가을 탐방을 기획하고 시행해 주신 리헌석 이사장님과 박종국 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 (2022년 11월 4일 쓰다)

덕천 염재균/수필가

염재균 수필가
염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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