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제한 연임 가능한 비상임조합장체제
(중)유령조합원 판치는 선거, 이번엔 없을까
(하)전문가 진단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023년 3월 8일 치러진다. 전국 1353개 지역 농협과 축협, 수협, 산립조합장을 선출한다. 대전에선 단위농협 13곳과 축협 1곳, 산림조합 1곳 등 15곳에서 조합을 이끌어갈 수장을 뽑는다. 조합장은 인사권과 기관장급 대우, 억대의 판공비 등 막강 권력을 가진 만큼 올해 선거도 치열할 전망이다. 다만, 선거를 치를수록 3선 연임 제한 규정을 피해가며 비상임조합체제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가짜 조합원으로 인한 재선거 등으로 뒤숭숭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무제한 연임을 가능케 하는 비상임조합장 체제 문제와 가짜조합원 현 실태 등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기획-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진단하다]
(상)무제한 연임 가능한 비상임조합장체제
비상임조합장체제는 선거 때마다 문제로 떠올랐다. 2009년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현행 조합장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연임을 재선까지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단, 비상임조합장체제를 유지하는 농·축협은 예외 규정을 뒀다. 조합 자산규모가 1500억원 이상이면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산규모가 3000억원 이상인 조합은 의무적으로 비상임조합장 체제로 바꾸도록 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대전에선 14개 지역 농·축협 중 단위농협 2곳을 제외한 12곳이 비상임조합장체제다. 산내농협과 기성농협을 제외한 동대전·서대전·대전원예·남대전·대전축산·서부·북대전·유성·진잠·탄동·신탄진·회덕농협 등 12곳이다. 한 지역농협 조합장이 두 자릿수 연임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비상임조합장은 상임 조합장과 달리 상임이사가 경영 전반을 도맡는다. 조합장의 권한을 나누고, 경영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사실상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구조로 이어졌다.
비상임조합장 아래 상임이사는 대의원총회를 거쳐 선출되지만, 현직 조합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조합 인사추천위원회는 조합장과 조합장이 정하는 외부인사 1명, 이사회가 추천하는 비상임이사 3명, 대의원 2명 등 7명이다. 위원회가 추천한 상임이사 후보를 놓고 대의원총회에서 찬반형식으로 선출하게 되는데, 현직 조합장의 의견으로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게 지역 농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상임조합장을 비롯한 이사와 감사 등도 장기 재임을 통해 상임조합장과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전의 한 농협에서 비상임이사를 지냈던 A씨는 "상임이사 제도가 생기고 나서 현직 조합장이 해당 이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실적이 좋아도 인사 평가 점수를 낮춰 줘버려서 교체시켜버리는 상황도 있었고, 선거 때마다 이런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무용지물이었다"며 "조합장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도입된 비상임조합장의 체제가 현실적으론 영구적 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고, 한 번 당선되면 수십 년간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지역농협 관계자는 "선거 때 비상임조합장들은 글씨를 조그맣게 써서 명함으로 선거활동을 하니 유권자들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며 "조합원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보니 상임과 비상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대다수"라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현재 국회에선 비상임조합장과 이사, 감사의 연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실제 30년 이상 직을 수행하는 조합이 있고, 전직 조합장이 선택한 사람이 조합장이 되는 세습적 행태도 띄고 있다"며 "연내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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