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보험에 이어 DB생명도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중도상환) 행사일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사들의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일 DB생명은 13일 예정됐던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했다. 금융당국은 즉각 "투자자와 사전협의를 통해 연기(계약 변경)한 것으로서 조기상환권을 미이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해외 발행이 아닌 국내 발행건으로서 해외 투자자와 관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1일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연기한다고 공시해 시장이 들썩였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이 연기된 것은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디폴트(채무불이행)인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크레딧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이라 그 충격은 더 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RBC(지급여력) 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콜옵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면서 "보험회사가 자금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위험에 빠져 이미 비상 경영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고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전자단기사채·기업어음(CP), 상장지수펀드(ETF) 등 보유 자산을 내다 팔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IBK투자증권은 CP 발행 한도를 5000억원 늘렸다. BNK투자증권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증권금융의 담보금융지원대출 프로그램의 한도를 기존 900억원에서 800억원 늘려 1700억원으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단기 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6조원 규모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기로 했지만, 4일까지 매입을 요청한 증권사는 한곳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유성구에 거주하는 김 모씨(47)는 "최근 증권사는 물론 보험사까지 금융시장이 불안해 심정이 복잡한 상황"이라면서 "증권을 대신해 안정적인 예금으로 자산을 옮기는 상황이며, 가입한 보험도 받을 수 있는 건지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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