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사업이면서 이미 이전 고시까지 확정된 현안을 두고 예산 삭감을 감행한 것은 명백한 발목잡기와 대전시민 무시를 넘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까지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예산 삭감으로 방위사업청 이전 현안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예측했던 신속 이전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사태를 촉발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책임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는 11월 4일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을 위한 예산 210억원 중 90억 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예산이 과다 계상됐다는 이유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삭감 당일 브리핑을 열고 "이는 대전시민의 염원을 훼손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 중심으로 삭감됐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다. 대전의 이익이 훼손되고 침해되는 것에는 시장이 앞장서서 막아낼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7월26일 국방혁신도시 대전 범시민 추진위원회 출범 당시 모습. |
이장우 대전시장은 "TF 선발대 이전 비용과 기본설계는 120억 원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이전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까지 확실하게 확보해야만 이전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물론 90억 원이 삭감됐어도 방위사업청 이전에 큰 차질은 없다. 다만 조기 이전이나 신속 추진은 쉽지 않게 됐다.
결국 민주당은 자신들의 대표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백년대계를 묵살하면서까지 대전시의 첫 번째 현안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당연히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고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무리가 없지만, 이전 고시까지 확정된 사업을 두고 예산을 깎는 행위는 대통령 공약사업에 태클을 걸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향후라도 반드시 지원될 예산이다. 세부적으로 분석하지도 않고 90억 원을 뭉텅이로 과다 계상이라 설명한 것부터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이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감액과 증액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대전시는 실시 설계비를 포함하는 210억 원 원안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 이전을 위해 필요한 국가산업단지 개발과 방산기업 유치 등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대전시 고위 관계자는 "낙관하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삭감됐다. 다만 예산정국이 연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충분히 의원들을 설득해서 원안대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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