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대전 유성구에 타슈 거치대와 600m 떨어진 골목 한 원룸 주차장에 타슈를 정차해 놓은 모습. |
대전 시내 1150곳에서 저를 포함해 2500대의 타슈 2가 달리고 있어요. 저희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발이 되고 때론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가 되기도 하고, 장을 보는 아주머니들을 도와주기도 해요.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제 마음을 아는지 대전 시민들도 많이 이용해주고 있어요. 아무래도 1시간 무료화 정책과 타 공유 이동수단에 비해 저렴한 가격, 타슈 1에 비해 편리해진 대여·반납 시스템이 크게 한몫한 것 같아요.
저를 관리해주는 대전시설관리공단 아저씨 말에 따르면 7월 타슈 대여건수 8만 2509건에서 9월 대여건수는 35만 418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고 해요.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주행 만족도 지표조사에서도 약 80%가 만족한다고 답한 만큼 시민들도 우리를 참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게다가 내년 2월까지 타슈 1 철거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대전시를 누빌 기회는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해요.
제가 달릴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이야기지만 사실 저는 고민거리가 하나 있어요. 많은 사람의 발이 되고 싶지만, 요즘 따라 한 사람의 발밖에 돼주지 못하는 것이에요. 때로는 하루 모든 일을 마치고 거치대에 모인 친구들과 "오늘 하루 힘든 날이었다"며 하소연도 하며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홀로 쓸쓸한 밤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시민들도 앱을 통해 저희를 찾다가 건물 내부나 사유지 안에 있으면 이용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죠.
11월 4일 타슈 2 중 한 대가 대전 중구 한 오피스텔 내부에 주차돼 있는 모습 |
시설공단 아저씨들도 사유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내를 순회하며 방치된 것을 수거하고 있지만, 처리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타슈 2 앱에서 신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유화 문제만을 다루는 신고 방법은 없어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만약 우리도 반납할 때 무조건 사진을 찍고 대조해 사용 관련 페널티를 준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잠깐! 저기 한 커플이 지나가요. 한 사람만 타슈를 끌고 있고 핸드폰을 보며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저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요! 저 여기 있어요! 저 유리문 하나 때문에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 봐요. 오늘도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발이 돼주기는 힘들겠네요.
※ 이 기사는 타슈 2 사유화 문제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타슈 2의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김영일 기자 rladuddlf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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