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노무사 |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노동관계법령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노동조건에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을 정한 것으로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제재가 정해져 있다.
과연 21세기의 노동관계법령은 어느 정도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수년간 직장생활과 노무사 생활을 통해서 경험하고 느낀 사실을 토대로 아직도 입법의 공백으로 남아 분쟁이 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노동관계법령의 제정 및 개정은 산업화 시기를 거쳐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건전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통해 상당히 발달해 온 것은 사실이다. 다만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법으로 규율할 수 없기에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
첫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경비 부담에 대한 부분이다. "당연히 사업주가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 또는 "경비를 노동자에게 부담하는 사업장이 얼마나 있겠느냐"라고 질문할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많은 기관이나 기업체는 출장 시 여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규정을 두어 노동자들이 외근하는 경우 발생경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외의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에도 경비나 여비가 지급되고 있다고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른 게 현 노동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도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2012년도에 겪은 적이 있다. 필자가 노무사를 합격하고 다닌 2012년도에 재직한 모 법인에서도 약 1년간 사업경비(유류대 등)를 필자에게 부담시킨 적이 있다. 외근업무가 상당히 많았었고 상급자를 모시고 기업체에 방문하는 경우가 빈번했음에도 차량지원을 해주지 않아 제 차를 사용했고 유류비 지원도 없어 사비를 사용해 출장을 다닌 기억이 있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금액이 작은 경비의 처리문제에서 발생한다. 사업주가 은근슬쩍 경비를 떠넘기려는 경우 직원 중 그 어느 누가 사업주에게 당당히 그 비용을 요구할 수 있을까? 사업경비에 관한 부분이라서 근로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노동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근로조건임은 분명하므로 입법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는 근로시간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받고 살아가는데 임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근로시간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시간에 대한 개념조차도 정의돼 있지 않다. 단순히 판례에 따라 정의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사회 내에 근로시간과 관련해 분쟁거리가 상당히 있다.
그중 하나가 이동시간에 대한 근로시간 인정 부분이다. 이동시간 관련해선 출퇴근 시간과 출장 시 이동시간, 출장지에서의 이동시간 등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 살펴보자. 일상적으로 출퇴근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일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출퇴근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판단할지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일상적으로는 대전(주거지)에서 대전(회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출장명령을 받아 아침에 부산으로 출근(9시 미팅)해야 하는 경우 그 이동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의 관점이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단순 이동시간의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과거와 같이 제조업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서의 근로시간 판단기준과 시간이 돈이 되는 시대에 근로시간에 대한 판단기준은 달라야 할 것이고 이러한 내용에 대한 기준은 규율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이 노동관계법령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형태로 발전돼 온 것은 맞지만 살펴본 것처럼 아직도 상당부분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고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김영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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