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휘 부의장 |
민선 8기 이장우 대전시장의 임기가 100일이 조금 지났다. 이 기간을 보면 이장우 대전시장의 앞으로 4년의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대전시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시민공동체국과 청년가족국, 성인지정책담당관실을 폐지했다. 또 주민참여예산을 반토막 냈고 이와 관련해 대전시의 설명을 듣고자 하는 시민들의 토론회 청구 또한 거부했다.
10월 20일 열린 대전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이장우 시장에게 "특정 성향의 소수 시민단체를 위한 꿀단지로 전락한 주민참여예산을 철저히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시장은 "시민 혈세가 소수의 먹잇감이 돼서는 안 된다"며 "철저히 원인을 파악해 부패의 카르텔을 도려내겠다"고 말했다.
이는 내가 사는 마을의 산책로 앞 쓰레기 투기를 막기 위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았던 주민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그들에게 정치색을 덧칠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죄가 없다. 주민참여예산제는 1989년 브라질 포로토 알르그레(Porto Alegre)시가 브라질 사회의 후견 정치와 사회 불공평, 부패 근절을 위해 처음 도입해 남미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됐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정부의 투명성 및 재정 건전성과 예산편성 및 집행과정의 숙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책임의식과 사회적 자본 형성 및 정부 신뢰 증진이라는 기대효과가 있다. 특히 지역주민이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사업을 제안해 주민의 투표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실천 현장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우리나라는 2004년 「광주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 운영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처음 도입했고 이듬해에는 대전시 대덕구가 주민참여예산제 조례를 제정해 전국 세 번째로 이 제도를 시행했다. 2007년에는 광역지자체 최초로 대전시가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했으며 이후 국회에서 「지방재정법」을 수차례 개정하며 주민참여예산제 의무사항과 운영 평가 조항, 참여 범위, 주민참여예산 기구 관련 조항을 신설해 주민참여예산의 시행에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민선 8기 이장우 대전시장은 출범 20여 일 만에 200억 원 규모의 주민참여예산을 100억 원으로 축소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가 주민참여예산제를 반토막 내는 동안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어떠한 설명도, 숙의 과정도, 협의도 없었다.
대전시는 주민참여예산 반토막의 이유로 대전시의 부채가 1조를 넘어 예산 절감과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할 때 내년도 사업비 집행을 위해 예산 절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전시 지방채무 비율은 10.4%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으며 주민참여예산을 200억 원으로 편성한다 하더라도 대전시 전체 예산의 0.31%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납세자이며 대전시의 주인인 주민이 전체 예산의 0.31%를 주민투표를 통해 사용하고자 하는 예산을 과연 낭비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전시의 주민참여예산 반토막 예산 축소 편성은 행정의 3대 원칙인 신뢰성과 연속성, 예측 가능성 모두를 잃게 했다.
또 「대전광역시 시민참여 기본조례」에는 300명 이상이 토론회를 청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토론회를 개최하게끔 규정돼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민들' 385명은 조례에 따라 토론회를 청구했으나, 대전시는 이마저도 '주민참여예산제는 적법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조례에 따른 토론회 의무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토론회 개최를 거부했다.
민선 8기 대전시는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도, 조례도 무시하는 일방통행의 행정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가 '삼류 주민참여 도시'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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