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또 다른 지표인 지역별 예술활동 건수를 보면 서울은 144.3건이나 전남은 67.7건에 머물고 있으며, 대전은 86.2건이고 충남은 52.4건으로 오히려 서울과 대전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 시설 수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이다.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문화예술시설의 양적 기준이 아닌 시설을 활용하는 질적 기준 즉, 지역 문화예술창작과 시민들의 문화향유 등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창작·향유되는 예술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문화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앞서 언급한 대로 인구대비 시설 수가 부족하다는 것만으로 단순히 문화예술 인프라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역 내에서 예술활동과 문화향유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예산정책의 노력이 필요하다.
강원도, 전라남도에서 이러한 사각지대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인으로 해당 도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정책의 보편적 문화복지와 문화 민주주의 실현의 부족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대전시 역시 서구에 문화 관련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시민들에게는 대전시가 문화예술 도시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덕구와 동구 등 원도심 지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동구와 중구는 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조차 없다.
중앙정부 예산 중 문화 및 관광예산의 비율은 2018년 4.9%, 2019년 4.8%로 나타나고 있으며, 문화예산 재원의 85.6%가 지방비로 지방비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자치단체장의 문화 관련 정책 의지에 따라 문화예산의 취약성 고스란히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2021년도 대전시 문화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지역예술인과 단체의 직접지원인 창작지원 5%, 일자리지원 0.3%, 유통·매개 지원 9.1%로 나타났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향유 활동 지원 8.4%, 문화향유 인프라 구축 6.1%, 교육지원 2.8%, 생활예술지원 0.4%로 집계되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 등 기관(단체)운영지원 50.4%와 시설 건립(개보수)17.5%로 나타나 공공기관 운영과 시설 개보수(건립)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전시 문화예술예산 중 무려 67.9%가 문화시설과 문화예술 공공기관 운영비로 충당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문화향유와 민간예술가들이 지역에서 자립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해 대전시는 2023년도 문화예산 중 제2 시립도서관 직접건립을 위해 156억, 문화예술 출연기관 운영비에 317억을 책정하고 있다. 또한 민선8기 대표 공약인 0시 축제에 29억이 책정되었다. 최근 지방정부 예산에서 복지 분야의 경직성 지출 소요가 급증하면서 문화재정을 후 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어렵게 확보된 문화예산이 대부분 문화기반시설과 문화 관련 공공기관 운영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반면 민간보조금은 34억 책정에 머물고 있다. 아직은 예산심의 과정을 남겨두고 확정된 예산이 아닌 만큼 책정된 예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많은 예산이 기반시설 확충이나 공공기관 운영비로 사용된다면 지역 문화예술 활동이나 지역 문화생태계 활성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문화예산의 증가가 곧 지역 문화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화예산이라도 운용능력에 따라 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문화예술회관을 짓는다고 당장 시민의 문화복지 수준이 향상되거나 문화예술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시설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며,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는 얼마나 늘어나는가, 독자적인 존립은 가능한가 등이 철저히 고려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예산 확보는 실행 의지와 함께 예산사용 계획의 정교함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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