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야권은 참여정부 이래 국가균형발전이 흔들림 없는 당론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문이 충청권으로선 배신감 마저 들 정도다.
국가균형발전은 정치적 이해관계 또는 정쟁의 대상이 아닌 시대적 과제임을 감안할 때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민주당 수도권 지역 일부 의원들은 충청권 숙원 중 하나로 내년 상반기로 계획된 방사청 대전 1차 이전에 대해 업무 효율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 나아가 내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 같은 민주당 일각의 주장은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염원하는 충청 등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염원에 생채기를 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수도권과 달리 인구, 경제력은 물론 기회마저 줄어들어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이 공공기관 이전으로 활로를 뚫으려는 여론을 간과한 것이다.
방사청 이전 발목잡기는 국가균형발전 정당임을 자부해 온 민주당 정체성마저 뿌리 채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민주당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1차 이전 정책을 입안한 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균형발전 가치를 계승 확장해왔다.
이명박 정부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최일선에서 싸운 것도 민주당이다. 방사청 대전 이전 발목잡기는 이런 민주당 역사와 결을 180도 달리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자칫 이번 파문이 최근 동력이 붙기 시작한 윤석열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에도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도로 이전 대상 기관을 선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중순께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공공기관 이전 주무부처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감에서 이와 관련해 "이미 논의에 착수했고 속도를 낼 것"이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지방행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일부 이전 대상 기관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여야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 내부에서 원심력이 생길 경우 정책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혁신도시 시즌2 포문을 여는 방사청 대전 이전에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시급하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 윤후덕 의원(파주갑)은 10월 3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사청 대전 이전과 관련 "업무 효율성에 상당한 혼란을 주게 된다. 가더라도 5년 후에 가는 게 낫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비례)도 "부분 이전으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혈세도 낭비하게 된다. (종합 청사를) 짓고 난 다음에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성호 의원(양주)은 "사전연구 용역이 졸속이고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예산에 반영됐다"며 예산 삭감을 시사한 바 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