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權(권세 권) 心:(마음 심) 常(항상 상) 守(지킬 수)
비 유 : 가진 자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권력자는 항상 권력을 지향
출 전 : 오상원 우화(吳尙源 寓話), 임종대(林鐘大)한국고사성어(韓國故事成語)
인류 최대의 스승인 공자는 제자들과 후생을 위해 삼계(三戒)를 세워 자신과 가정, 사회, 나아가 국가를 망치는 욕망을 경계 하였는 바, 곧 성욕[戒色], 싸움[戒鬪]와 탐욕[戒得]을 경계(조심)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 중 식욕(食慾)과 성욕(性慾)은 나이와 더불어 쇠퇴(衰退)되는데 권력욕(權力慾)과 탐욕(貪慾)만은 오히려 더 강(强)해진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정자(爲政者)들, 불법을 합법으로 둔갑시키고자 하는 아세(阿世)의 비겁자들. 이들 모두는 권력을 획책하는 올바르지 못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동물 나라에서 호랑이(임금)가 노경(老境)에 접어들자 금은보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옥좌를 더듬다가 불현듯 자기의 권좌(權座)를 노리는 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서 급히 산속의 짐승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호랑이(임금)의 명령이 떨어지자 많은 짐승들이 다투어 달려와서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긴급 소집된 동물들은 하나같이 "부르심을 받자옵고 황급히 달려왔사옵니다. 무슨 급히 처리하실 분부라도?"라고 말하자 호랑이 임금은 위엄을 갖추면서 주위를 한번 휙 둘러본 다음 "빠진 자가 없으렷다?"하고 물었다.
호랑이는 표범의 얼굴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의식해서 한 말이었다. 그러자 눈치 빠른 여우가 말했다. "표범 어르신께 전달을 했으나 출타 중이라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 같사옵니다."
이에 호랑이 임금은 매우 불쾌한 듯 입속에서 큰 숨을 한 번 쉬고 난 다음 입을 열고. "짐(朕)이 그대들의 도움을 받아 권좌에 오른 후 참으로 긴 세월이 흘러갔다. 이 긴 세월 동안 과인이 무한한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과인을 잘 보좌한 노고 때문이라는 것을 과인은 잠시라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과인도 노경에 접어들고 보니 하루하루 기력은 쇠약해지고, 사리를 판단하는 능력 또한 예전과 같지 못하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보다 강력하고 총명한 후계자를 골라 이 권좌를 물려주려고 한다. 경들의 뜻은 어떠한가?" 라고 물었다.
잠시 후 무거운 침묵을 깨고 여우가 먼저 아부(阿附)가 섞인 어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임금님의 그 깊으신 뜻을 모르는 바 아니오니 부디 그 결심을 거두심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예로부터 임금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어찌 자기의 노쇠함을 탓하여 나라와 백성을 저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하오니 그 뜻을 거두어 주십시오."라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호랑이 임금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다시 늙은 산양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인은 그대의 깊은 경륜을 늘 높이 존중하고 있다. 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물으니 산양이 말하기를 "제 뜻도 같은 줄로 아뢰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호랑이 임금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노련한 늙은 산양은 호랑이 임금이 여우의 말을 듣는 순간 호랑이의 입가에 흘린 만족스러운 웃음의 뜻을 놓치지 않았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때 표범이 헐떡거리며 당도했다. 호랑이는 표범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늘 마음 속 깊이 그대를 후계자로 점찍어 왔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표범은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당당하게 말했다.
"황송하옵니다. 예로부터 어진 자와 어리석은 자의 차이는 자기를 알고 모르는 데 있다 하였습니다. 영광이 다하기 전에 자리를 물러나면 길이 영화를 누릴 수 있으나, 영광이 다한 연후에 물러나면 남는 것은 회오(悔悟)와 모멸(侮蔑)뿐이라 하였습니다"라고 바른 말을 하자,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모인 모두가 과인의 뜻을 거두도록 만류하는데 그대만이 그렇지 않으니 남은 길은 오직 하나뿐이로구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호랑이는 표범을 한 입에 물어 쓰러뜨리고 나서 한탄하듯 말했다.
"과인의 뜻은 그렇지 않았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지금 과인은 이보다 더 슬플 수가 없구나! 바라건대 앞으로는 과인이 또 다시 이런 슬픈 일을 겪지 않도록 하라."
본 우화의 풍자는 비록 동물이지만 권력을 놓을 수 없는 절실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권위에 도전하거나 자기의 자리를 넘보는 자는 가차 없이 그에 상응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권력이 있는 자들은 국민이다. 국민을 무섭게 아는 권력자가 현명한 권력자인 것이다.
국민 앞에서 국민을 능욕한 자의 말로가 어찌될까 그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장상현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