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가섭사 삼성각 옆에 작은 공터가 있다. 이곳은 염계달 명창의 소리터로 알려졌다. 조선창극사는 염계달 명창이 '음성 벽절'에서 공부를 했다고 기록했다. 조선창극사의 기록과 음성 가섭사 삼성각 옆의 공터가 일치했다./손도언 기자 |
판소리 첫 명창으로 거론된 인물은 '우춘대, 하은담, 최선달'이다. 이들은 초기 판소리 명창들이다. 하은담은 '하한담, 하언담'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명창 중에서 2명인 하은담과 최선달은 충청도 출신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충청도 중고제를 오랫동안 탐구해온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초기 판소리는 충청도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우춘대, 하은담, 최선달 명창은 18세기에 활동했던 명창들로 알려졌다. 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1940년)'에도 하은담(하한담)과 함께 판소리의 효시(嚆矢)로 충남 홍성군 결성면의 최선달이라고 기록돼 있다.
하은담과 최선달이 충청도 명창이라면 충청도 사투리를 바탕으로 한 판소리를 구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초기 판소리 사설 등은 '충청도 스타일'로 구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뿐만은 아니다. 호남지역에 가왕(歌王) 송흥록 명창이 있었다면 박기홍 명창은 '가신(歌神)' 또는 '가선(歌仙)'으로 통한다. 박기홍은 왕을 뛰어넘는 신적인 존재로 인식되는 인물이다.
박기홍은 충청도 출신인 정춘풍 명창의 수제자다. 가신을 제자로 뒀던 충청도 명창 정춘풍은 그야말로 신 중에서도 신일 것이다.
박기홍은 구한말 인물인데, 이동백, 송만갑, 김창환, 김창룡, 정정렬, 유성준, 심정순 등 당대 최고의 명창들과 함께 활동했다. '근대 5명창' 중 한사람인 박기홍은 동료보다 한수 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고의 명창들이 충남지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충북지역도 만만치 않다.
'판소리의 아버지, 천재 소리꾼, 서양음악 바흐같은 존재'가 바로 염계달 명창이다. 염계달은 판소리의 첫 시작점부터 현재까지 가장 위, 즉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또한 국보급 명창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명창을 충북 음성군이 품었다.
판소리 석화제(가야금병창제와 비슷한 창조)의 가장 큰 특징은 '경쾌, 화사, 화평한' 느낌을 준다. 석화제의 창시자가 바로, 충청지역 소리꾼인 김제철 판소리 명창이다. 석화제는 순조~철종 무렵, 소리제로 알려졌다.
김제철의 출생지는 충청도 중에서도 '충북 괴산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가야금병창의 시작점이 괴산이라는 얘기다. 괴산 출신 명창은 또 있다. 바로 '최낭청'이다. 최낭청은 조선 전기 8명 중 한사람이다. 그의 특징은 '어전광대' 라는 점이다. 어전광대는 벼슬을 얻었고, 임금 앞에서 소리를 했던 명창이다. 조선시대 당시, 소리꾼이 최하위 계급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소리꾼 중에서도 엄청난 명창임을 알 수 있다.
판소리 명창 '김봉학'. 김봉학의 고향은 '충청북도 진천'이다. 김봉학 명창과 관련한 얘기는 '조선창극사' 등에서 언급됐다. 1939년 3월 21일자 조선일보는 판소리 명창 이동백(1866년~1949년)과 관련한 얘기를 다루면서 이동백 명창의 가문이 충북 진천에서 '세거', 즉 충북 진천에서 대대로 살았다고 기록했다.
게다가 국악계의 큰 스승이자, '충청제(忠淸制)'라는 독자적인 산조 가락을 만들었던 청주출신 박팔괘(1882년~1940년) 명인 등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2명이 충북과 연관성을 두고 있다.
평생을 중고제 연구에 몸담은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초기 전라도 명창들이 충청도 명창들의 성음이라던가 기교 기술들을 많이 가져다 썼다. 이는 충청도가 판소리의 원류라고 볼 수 있는 증거"라며 "이뿐만이 아니다. 초기 하은담, 최선달 명창을 비롯해 가신이라 불리던 박기홍을 키운 정춘풍 명창도 충남 출신이며 판소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천재소리꾼 염계달 명창 또한 충북에서 활동했다. 최고의 소리꾼은 대부분 '충청도 명창'이기에 충청도가 판소리의 원류인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손도언·내포=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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