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충남문화재단 공동기획] '중고제' 판소리의 부활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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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충남문화재단 공동기획] '중고제' 판소리의 부활을 꿈꾸다

충청의 삶과 애환...'큰 소리판'으로 세계화
충청의 정신과 근본, 아름다움을 담은 '중고제'
메가시티 구축에 충청의 정체성 살리는 계기

  • 승인 2022-11-02 09:08
  • 신문게재 2022-11-02 1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충청도 어감으로 판소리를 구사한 박동진 명창
'마지막 충청도 어감으로 판소리를 구사한 박동진 명창'.충청남도 공주 출신으로 중고제 명창 김창진 문하에서 심청가 등을 사사한 판소리 인간문화재 박동진 명창의 1970년대 공연 모습(고수 김득수).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화려하지도, 힘차고 강하지도 않지만 절제되고 우아하다. 중고제(中古制)의 소리는 담백하지만 은은한 충청을 닮았다.

판소리 3대 유파 중 하나인 중고제는 일제강점기까지 걸출한 명창을 배출하면서 전국 판소리 판을 뒤흔들었던 소리제 중 하나다. 하지만 20세기 초 점차 세력을 잃다가 화려하고 호쾌한 소리를 담은 서편제와 동편제에 밀리면서 명맥이 끊어졌다. 지금은 원류지인 충청지역에서조차 생소하다. 충청의 미(美)가 담긴 울림이, 충청의 정체성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충청권 메가시티'가 구축되는 시점에서 충청의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충청의 혼(魂), 정체성이 담겨있는 중고제의 소리를 다시 되살려야 하는 이유다.

이에 중도일보는 '중고제 판소리의 부활을 꿈꾸다' 기획시리즈를 통해 잊혀져 가고 있는 중고제의 의미, 충청 소리 부활의 필요성을 되새기고 발전 방안 등을 모색, 제시해 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의미와 현황

② 잊혀진 충청의 소리

③ 제1회 중고제 소리축제

④ 성과와 과제





'충청도에서 살자 허니, 양반들이 억세여서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면 살 듯 허오'

판소리 흥보가 '흥보 쫓겨나는 대목' 중 일부분이다. 흥보가 놀부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는데, 어느 지역으로 갈지 고민하는 대목이다. 흥보는 이 대목에서 '양반들의 텃세' 때문에 충청도로 가기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흥보 말처럼 충청도는 '양반 문화'가 강한 곳이다. 그래서 초기 판소리인 중고제는 지역에서 빠르게 소멸됐고, 소리꾼들은 충청지역에서 홀대받는 등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중고제가 호남지역 소리인 동편제와 서편제보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건 아니다. 판소리 명창들 역시, 호남지역 판소리꾼보다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판소리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재효는 12바탕 중에서 춘향가·심청가·수궁가·흥보가·적벽가·변강쇠타령 6섯 바탕을 세련되게 정리했다.

그런데 신재효와 쌍벽을 이룬 충청도 판소리꾼도 있었다. 바로 충남 공주 출생인 '정춘풍' 명창이다. 신재효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던 정춘풍 명창은 이름처럼 봄바람처럼 살다갔다. 그래서 국악계에서조차 익숙하지 않은 인물로 평가된다.

정춘풍뿐만 아니라 충남지역 방만춘, 고수관, 김성옥, 심화영 등도 우리나라 판소리계의 대부로 통한다.

충청민들의 삶과 애환을 소리로 표현한 중고제는 충청민들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다. 중고제가 충청도민의 정신과 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고제의 특징은 고풍스럽고 충청도의 말투와 비슷하게 소리한다. 창인가 싶다가도 아니리로 끝나는 게 중고제다. 그래서 학계는 인위적인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로 본다.

대표적으로 고수관이나 심정순 등의 고향인 서산, 한국 전통춤의 대명사로 불린 한성준의 고향 홍성, 완창 판소리를 시작한 박동진의 공주 등 판소리 역사에서 충남지역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충청도 판소리 가문의 김성옥은 호남지역 송흥록과 송광록 등 동편제 가문 명창들에게 영향을 줬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데도 충청지역은 제대로 된 중고제 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호남지역 구례군은 동편제 소리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다. 보성군 역시, 서편제 소리축제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반면 충청도 지역은 구례군과 보성군 소리축제만큼 굵직한 중고제 축제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지역 곳곳에서 중고제 타이틀을 내걸고 그들만의 축제만 개최할 뿐이다.

충청지역도 중고제 축제를 하나로 모아, 호남지역처럼 대표 축제로 키워 호남지역처럼 관광객 유치와 중고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중고제의 역사와 인물이 있는 고장은 그들 나름대로 중고제를 보존하고자 축제를 추진하고 있기에 좋은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중고제의 중흥을 위해서는 충청지역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큰 소리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제 1회 중고제 소리축제를 기획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충청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하나되는 충청으로 갈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마련해 충청지역 중고제의 중흥과 판소리 세계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손도언·내포=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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