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바름 기자 |
29일 사고 당시 영상을 보니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폭이 4m도 채 안 되는 좁은 골목에 발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있었고 움직일 수도 없는 모습이었다. 현장은 각종 음식점과 클럽이 밀집한 번화가인 데다 일부 구간은 경사진 형태다. 증언에 따르면 이날 길이 미끄러웠고 강제로 이동하려는 인파에 밀리다 보니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쓰러졌다는 것이다.
사망자들은 2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기사나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다수 보였다. 그중에는 젊은 층에 대한 비하 발언도 있었다.
이태원 핼로윈 축제는 올해 처음 열린 것은 아니다. 이태원만의 문화로 자리 잡아 매년 진행돼왔다. 특히 올해는 3년 만에 '노마스크'로 즐길 수 있었던 만큼 기대와 관심도 배가 됐던 상황이다. 축제를 즐기러 온 당사자들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단순히 많은 인파가 모여 생긴 황당한 사고로 치부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그날 안전사고 대비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고 대응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다. 이 사고에서 이해가 안 되는 점은 그 전날인 28일에도 수많은 인파가 왔고 주말에는 더 많은 이들이 이태원에 방문할 것이라는 게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지자체나 경찰 등의 관리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발적인 문화 행사라 주최 측이 없어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매년 행사가 진행돼왔던 만큼 경찰 인력에 한계가 있었다면 지자체에서라도 주의를 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이번 참사는 안전대책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최근 우리 지역도 축제·행사들이 다수 열려 많은 이들이 몰려오기도 했었다. 축제가 흥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인원을 케어할 수 있는 안전계획 수립과 관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또 압사 사고는 대규모 시위나 콘서트, 출·퇴근길 지하철역, 버스 등 군중이 밀집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인 만큼 지자체마다 대비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시민들에 대한 안전 교육도 중요한데, 대전의 경우 시민안전종합체험관 조성 논의가 다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바름 정치행정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