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이형종 대전시 국제관계대사 "UCLG 총회 손꼽힐만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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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초대석] 이형종 대전시 국제관계대사 "UCLG 총회 손꼽힐만한 성과"

대전트랙, 대전선언, 시장 회장 당선 의미있는 결실
경제도시연합 추진 앞서 WTA 성과·한계 되짚어봐야
국제도시로 도약 대전만의 비전 정립과 방향성 필요

  • 승인 2022-10-31 08:42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2022 대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가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대전에서 개최됐다.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로 45개국 576개 도시, 6200명이 대전을 찾았다. 코로나19와 러시아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대전을 세계에 알리는데 괄목할 만 성과를 이뤘다.

총회가 열린 닷새간 대전은 세계 각국의 지방정부가 모여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교류와 화합의 장이었다. '대전트랙', '대전선언' 등 UCLG 총회 사상 최초로 개최 도시의 이름이 딴 세션과 선언이 진행됐고 이장우 대전시장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UCLG 세계 총회장으로 선출되는 쾌거도 있었다.

이 결실을 만들어내는데 이형종 대전시 국제관계대사가 많은 역할을 했다. 시애틀 총영사직을 마치고 2021년 1월 대전시 국제관계대사로 부임한 그는 1년 8개월 동안 해외에 지역을 홍보하고 개최도시라는 의미를 넘어 대전만의 의제를 담아 특별함을 더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이형종 국제관계대사를 만나 UCLG 총회 개최 소회와 대전이 국제도시로서 나아갈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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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국제관계대사가 10월 26일 중도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UCLG 총회 개최와 폐막까지 애쓰셨다. 국제관계대사로서 이번 총회 준비부터 행사 기간 책임감도 막중했을 거라 생각한다.



▲대전시 국제관계대사에 응모 후 면접 때 위원 중 한 분이 대전이 세계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준비가 늦어진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물었다. 그때 요즘 한국도 국제행사 경험이 있어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우리는 국제행사에서 내용 측면과 의제설정, 선언문 같은데 우리만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부족하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기획단이나 조직위 직원들에게 차량, 호텔, 손님맞이 같은 것은 잘할 테니 내용 면에서도 성공적인 회의를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그런 방향성이 대전트랙과 대전선언, 회장 당선 같은 결실로 이어졌다. 공직생활 30년 동안 손꼽힐 만한 보람 있고 뿌듯한 기억이다.

-8월 초만 해도 총회 참석자가 100여 명 수준이라 위기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언제가 위기가 있었느냐는 듯 6000여 명이 넘는 참여자가 대전을 방문했다. 세계인 참석을 이끌어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

▲작년 1월까지만 해도 2022년 10월에나 있을 행사가 코로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작년 말부터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항공편이 감소하고 가격도 높아졌다. 내심 참석자 해외 1000명 국내 2000명 정도를 목표로 했는데, 6월 등록 개시 후 저조한 등록 상황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후 외국인 참석자 확보를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우선 외교부 협조로 재외 공관을 통해 현지 시·도에 홍보물을 보내 참석을 독려했다. 또 주한 공관 중 UCLG 회원도시가 가장 많은 나라를 꼽아 20여 곳의 대사들을 만났는데, 다 합해보니 500개의 시·도가 있었다. 각 대사들이 본국에 연락해줘 홍보에 도움을 받았다. 세계 UCLG 회의나 지역회의에도 화상으로 참석해 대전에 가면 보고 배울 것이 많겠다는 인상을 주도록 했다. 막판에 세계사무국 바르셀로나와 아태지부 자카르타를 다녀오기도 했고 대전시 지도부와 조직위에서도 타 시·도와 연구소 대학 참석을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모든 공직자가 발 벗고 뛴 덕분이다.

-'대전트랙', '대전선언'은 UCLG 사상 첫 개최도시의 이름이 붙은 성과다. 국제회의를 개최한 대전시의 역량이 드러난 부분인데, UCLG 총회총평을 해본다면.

▲우선 행사개최(손님맞이) 준비를 잘해 참석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도시가 너무 깨끗하고 잘 정돈돼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대전시를 부러운 듯이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다.

대전 트랙은 가장 뿌듯한 성과다. 조한식 초기 단장과 함께 개념을 구상했고, 작년 4월 정재근 조직위 사무총장이 UCLG 사무국을 설득해 합의했다. 트랙의 세션을 만드는 과제는 대전시의 담당과는 물론 대전세종연구원과 대전과학산업진흥원 등 대전의 싱크탱크 조직, 그리고 대전 밖에서도 협력했다. 대전트랙을 통해 과학기술을 활용한 도시 문제와 교통체계 해법, 행정서비스 활성화 등 대전시와 관계기관들이 국제세미나를 주관하는 역량이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대전선언의 경우 UCLG 회의 결과물이다. 선언문(statement, declaration)에 개최도시 명칭을 넣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3년간 지침이 된다. 그런데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UN SDGs)가 2030년 시한으로 삼고 있는데, 이에 맞춰 UCLG도 향후 8년간 회원도시와 사무국이 준 구속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협약(pact)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협약이 대전선언으로 칭해지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이뤄냈다. UCLG 회원도시가 기존 3년이 아닌 8년 동안 전 세계적인 지속 가능 개발 목표를 함께 이행 하는데 합의하고 이런 내용을 대전에서 성과물로 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라고 본다.

대전시장이 총회장으로 선출된 점도 성과다. 이장우 시장이 유치도시 성과를 위해 출마를 결심했지만 시정에 집중해야 하는 가운데 여러 회장이 연도별로 분담해 부담 없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장점도 있게 됐다. 대전시가 국제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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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이형종 국제관계대사 모습 (사진=이성희 기자)
-이번 UCLG 총회에서 자매·우호도시 협약은 신규 4곳 체결, 기존 자매·우호도시는 2곳과 협약을 갱신했다. 이번에 신규로 체결한 우호도시들은 대전에 어떤 점에 이끌렸을까.

▲신규 4곳은 튀르기예 콘야, 가봉 리브르빌,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자매 3), 중국 시안(우호 1)이고, 갱신은 더반과 니스다. 과학기술도시 대전의 매력이라 하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누리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교통정보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같은 행정 서비스 체계는 개도국에게는 매우 부러운 것이다. 대전과 자매 우호도시를 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 지방 도시는 많다. 다만 체결이 아니라 경제협력, 문화, 청소년 교류 등 활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전시의 주축이 되는 '경제도시연합' 구상이 최근 나왔다. 세계과학도시연합 'WTA'해체 1년 만에 부활이다. 대전시가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하나.

▲우선 WTA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1998년 대전이 주도해 조직한 WTA는 50여 곳의 도시 네트워크 수립과 국제행사를 개최한 성과가 있었지만 매년 많은 사람이 오게 하고 대전이 상당 부분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생각해본다면 참여자 수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능력 있는 도시 5곳과 함께 시작해 점차 10곳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괜찮다. 회원 도시들이 동등한 지위를 갖고 순번에 따라 매년 돌아가며 주도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사업 개발, 소다자 경제과학기술 자매결연을 맺는 것이다.

사무국을 너무 키우면 부담이 커진다. 사실 국제기구의 애로사항은 분담금 예산 대부분이 사무국 인건비로 나간다는 것이다. 어떤 사무적인 기능은 줘야 하지만 경량화할 필요도 있다. 중요한 건 큰 규모가 아닌 지역의 대학이나 연구소 등 실질적으로 엮어줄 수 있는 것들을 잘 찾아내 나아가는 것이다.

-2026년 세계태양광총회도 진행될 예정인데, 이번 UCLG 총회를 바탕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지.

▲태양광 총회에 수천명의 해외 전문가 업체가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UCLG에 비하면 매우 손쉬운 행사다. 회의내용은 태양광학회가 마련하고 대전시는 손님맞이(숙박, 회의장, 전시장)에만 치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속있는 개최를 위해선 태양광 전시회, 수출상담회까지 연결하는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대전이 앞으로 국제도시로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국제도시라는 개념이나 형태는 다양하다. 뉴욕은 상업과 금융, 이스탄불이 관광 면에서 국제도시로서 평가받는 것처럼 대전도 어떤 국제도시가 될지 비전 정립이 필요하다. 카이스트나 연구소들이 있긴 하지만 국가적인 의제를 다루는 곳들이니 대전이 완전히 활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전에서 마이스(MICE) 산업을 많이 얘기하는데, 외국인들이 연구하러 학회 참석하거나 연구결과를 사업화하기 위해 투자하러 오는 도시가 되면 어떨까. 국제적인 회의나 학술대회, 대학, 연구소, 기업, 시 산하기관 등 외국인 초청행사가 대전에서 많이 개최되는 것이다.

당장 이익을 남기려 하기보단 해외 연구자들이나 기업인들이 대전에 많이 방문할 수 있도록 개최 시 인센티브를 주거나 DCC 사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해외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들 "대전 한번 가봤다"란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그러다 보면 유학, 비즈니스, 과학기술 측면에서 국제도시로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UCLG를 함께 준비한 공무원들과 대전시민에게 한 말씀 남겨주신다면.

▲조직위뿐 아니라 대전시의 모든 부서 그리고 특히 국제 관련 부서 직원들이 노력한 결과다. 조직적 기억(institutional memory)은 보관을 잘해야 한다. 국제업무 인력들이 계속 전문성을 향상하고 경험을 문서로 잘 정리해 보관하고 활용해야 한다. 대전시민께는 UCLG 총회 개최를 위해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 지원해주신 데 감사드린다.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를 개최한 도시로서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대담=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정바름 기·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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