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이사장 |
인간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는지에 관한 질문은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품어온 의문이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명확한 대답은 아직도 없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특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채롭기만 하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현대의 인간을 판단하는 주류적 인간관은 오로지 이익 극대화를 유일 최선의 목표로 삼는 합리적 ‘경제인관’이라고 할 수 있다. 화폐 중심적이며 물질 본위적 합리적 경제인관의 핵심은 인간을 지극히 합리적 존재로 상정하고 언제나 이익창출을 최고의 지향가치로 삼고 있으며,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근원적 원동력은 이기심이라고 단정한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유명한 비극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질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Shylock)이 대표적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경제학 이론의 주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주장은 인간은 물질적 측면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존심과 수치심도 없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행위까지도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소모적 행태의 전형으로 규정하며 경멸한다. 경제는 한정된 자원으로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모한 감정투입은 마땅히 제거하거나 무시돼야 한다. 그동안 경제학이 전형적 인간형으로 설정한 무조건적인 경제 중심의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가 지금까지는 대표적 인간형으로 인정되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합리적 경제인 모델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경제이론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태경제 이론(Behavioral Economics)이라고 부를 수 있다. 행태경제이론은 인간이 정말로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지를 검증하자고 한다. 인간은 사실은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철저하게 이기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만 놓고 따져도 인간은 모든 대안을 분석하고 결과 여부를 세심히 고려하여 선택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어림짐작이나 주먹구구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든다. 일반적인 거래 행위에서도 매도인이 단지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만 했을 뿐임에도 매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가격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닻 내림 효과도 합리적 인간관을 부정하는 사례로 제시된다. 또 같은 문제나 사실이라 해도 대상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대상자의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도 합리적 경제인의 가정을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행동경제학적 관점에 따르는 정책 결정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학의 정규 교과목으로 배정되고 있다.
인간과 인간성에 관한 탐구와 해석은 인류역사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다. 동시에 시공을 초월하는 절대적이며 영구불변의 바람직한 인간형을 발굴하고 제시하려는 인류집단의 끈질긴 노력과 관심 또한 나름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본성과 기질에 관한 판단은 시간과 공간과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래서도 인간은 참으로 오묘 불가사의한 존재이고, 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라는 점이다. 덧붙인다면 한 끼 공짜점심은 근래 보기 드문 아주 괜찮은 경험이었다. /신천식 (사)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행정학·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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