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얼굴만 예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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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얼굴만 예뻐서야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의원

  • 승인 2022-10-29 09:1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머리가 띵하여 바람도 쐴 겸 산책을 나갔다. 앞을 보니 웬 20대로 가늠되는 예쁜 아가씨가 목줄을 맨 애완견 말티즈를 끌고 도솔산 사이클 경기장 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목에 방울을 달고 졸랑졸랑 따라가는 강아지 모습이 귀엽기가 이를 데 없었다.

복실복실한 하얀 털 사이로 빼꼼히 나온 동그란 눈망울이며 얼굴 모습이 유난히도 눈길을 끌었다.

감정이 무딘 사람이라도 말 한 마디 부치고 지나갈 만한 한 폭의 동영상임에 틀림없었다. 그냥 지나치기엔 좀 무료한 상황이었던지 한 마디 던졌다.



"아이고, 너는 주인 닮아서 얼굴도 그렇게 예쁘고 귀엽기까지 하구나! "

순간 바라본 아가씨는 미소가 묻어나는 얼굴에 벌어진 입이 두 귀에 가 걸려 있었다. 칭찬 한 마디에 아가씨는 좋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른 칭찬이 아닌 < 예쁘다 >는 그 한 마디에 영약의 효험이 나타난 것 같았다.

사람은 남녀노소 없이 칭찬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 중에도 여자들은 많은 칭찬의 말 가운데에서도 '예쁘다'는 그 말 한 마디 듣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아가씨들은 그 < 예쁘다 >는 단어 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하겠다.

그래서 아가씨들은 얼굴과 몸매를 아름답게 가꾸려고 온갖 신경을 다 쓰고 있다.

여자라 한다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 예쁘다 >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지만 마냥 그 예뻐지는 일에 지나칠 정도 극성을 부린다고도 하겠다.

< 예쁜 얼굴 >, < s라인 몸매 > 만들기에, < 균형 잡힌 아름다운 몸매 > 가꾸기에 신경 쓰는 것이 어느 특정한 집 여인의 얘기가 아니니 말이다.

그리하여 젊은 여성들은 다이어트로 체중을 줄이거나, 운동으로 예쁜 몸매를 만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또 몸매 가꾸기에 좋다는 각종 먹을거리에 신경을 쓰며, 보톡스를 맞는가 하면 성형수술까지 받는 것이 어제 오늘의 현실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얼굴도 예쁘고 몸맵시가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다. 그 가운데에는 얼굴이 예쁜데다 심성까지 예뻐서 가족 간에 화목하고 고부간 갈등도 없이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허나 개중에는 몸매나 얼굴은 예쁜데 비단보에 개동을 싼 격으로 심성이 못 돼먹어 잦은 가정불화에 큰 소리가 끊이질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족간 고부간에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리라.

예쁜 얼굴과 아름다운 몸매 관리를 하느라 체중 감량 신경 쓸 때에 못 돼먹은 인성이나 욕심까지 줄이려고 신경을 썼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예쁜 얼굴에 예쁜 심성까지 갖추었다면 광채를 발하는 인생을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련만,

얼굴만 예뻐서야 그 무엇에 쓰랴!

얼굴이 예뻐도 사람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예쁜 얼굴에 사람 냄새가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 인생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외모 가꾸기에만 골똘하지 말고, 예쁘고 아름다운 심성으로 사람 냄새 풍기며 사람답게 사는 것도 신경을 써야겠다.

예쁜 아가씨와 예쁜 강아지 얘기를 하다 보니, 갈마동 사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의 고부 갈등의 불협화음 가정이 떠올랐다. 예쁜 몸매와 얼굴에, 예쁜 심성까지 가진 며느리였다면 부러움의 사랑받고 사는 삶이었건만 그렇지를 못했으니,

얼굴만 예뻐서야 그 무엇에 쓰랴!

체중 감량 신경 쓸 때 욕심 줄이고 마음 예쁘게 사는 것도 터득했더라면 엄청 사랑 받고 사는 며느리였을 텐데 …

<예쁘고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 , <예쁘고 아름다운 심성과 사랑> 얘기를 하다 보니 귀동냥 눈동냥으로 얻어들은 미담이 떠올랐다. 언제 들어도 가슴 적시는 사연이기에 타산지석의 울림이 될까 해서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25살 남짓 돼 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주머니, 진료 시작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 오셨고요." " …… " 간호사의 말에 모녀는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오시고, 간호사는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 얘가… 제 딸아이예요. 예… 옛날에… 그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히 네 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 네… 네 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 다음 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 사위될 녀석이 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어미… 보잘 것 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 게 이 못난 어미 바람이어요. 그래서 말인데… 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

그 순간 딸도 간호사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원장선생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그럼요, 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모녀와 간호사 원장선생님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보기 드문 미담실화지만 어머니의 딸에 대한 아름다운 모성애의 심성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분명 아름다운 심성이 작용해서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려면 예쁜 얼굴도 좋지만 내면이 더 예쁘고 사람 냄새를 풍겨야 한다.

아름다운 몸매도 좋지만 그 심성이 아름다워 짐승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예쁜 얼굴과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 체중 줄이는 것이 필수라면, 불행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 과욕과 못된 심성도 감량하며 살아야 한다.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 관리를 위해 먹을거리도 신경 써야지만, 아름다운 삶을 위해 가슴 따뜻하게 사랑하며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얼굴만 예뻐서야 그 무엇에 쓰랴!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의원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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