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서 60년을 살았다고?… '이사동 24인 이야기' 발간

  • 문화
  • 문화/출판

재실서 60년을 살았다고?… '이사동 24인 이야기' 발간

한소민.조현중.한정근 공저...24일 출판기념회도
이사동 묘역 재실 지켜낸 사람들 생생한 증언 담아

  • 승인 2022-10-30 11:53
  • 수정 2022-11-02 11:52
  • 신문게재 2022-10-31 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이사동이야기책
'이사동 24인의 이야기' 표지이미지.
"살아서는 회덕에, 죽어서는 이사동에 묻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사동은 은진 송씨 묘역이 밀집한 곳이죠. 우리나라 민묘(民墓) 문화를 가늠할 대표적인 곳이라는 점에서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사동 24인의 이야기'(도서출판 누마루, 301쪽)를 공저한 조현중 전 국립무형유산원장의 말이다.

523년 역사 속에 1070 여기의 분묘가 조성돼 '단일 문중 분묘군'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대전 동구 이사동 은진 송씨 집장지(산소가 모여있는 곳)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스토리텔링 연구가 한소민 활동가와 함께 조현중, 한정근 저자가 의기투합해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접근으로 이사동 묘역과 그곳을 지켰던 인물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조 전 원장은 "자손이 번창한다는 이사동과 뛰어난 인물이 배출된다는 대청호 중 자손 번창에 방점이 찍히면서 지금의 이사동 묘역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며 "2020년 11월부터 이사동에 관한 자료들을 공저자들과 공유하기 시작해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인 책 발간을 위한 집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총 7개의 주제 가운데 첫 번째 '이사동의 얼굴'은 이사동 묘역에 맨 처음 묻힌 송요년을 비롯해 송국택, 송준길, 송시열, 송병화 선생을, 두 번째 '시인이 잠든 마을'에서는 송남수, 송몽인, 송희갑 시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밖에도 '이사동에 사노라네', '조상의 얼을 받들어', '이사동의 가치와 미래', '답사 길잡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등 이사동의 기원과 유적들을 다루며 이사동의 숨은 매력을 수면 위로 끌어냈다.

공저자인 한소민 연구가는 "10년 전쯤부터 이사동에 관심을 두게 돼 연구를 이어가던 중 송희갑 시인의 인생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며 "진정한 사제지간의 도리를 일깨워주고, 주어진 한계에 굴복하기보다는 운명을 개척한 성인들의 정신을 통해 무너져가는 '사제관계'의 의미를 책을 통해 되새기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출판기념회-2
24일 오후 7시 옛 충남도청 내 커먼스필드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모습.
책은 이사동 묘역을 관리하고 지켜내며 한평생을 살아온 '재실을 지키는 사람들'에도 집중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엄마 등에 업혀 온 막둥이로 아흔이 넘도록 60년 넘게 이사동에 터를 잡고 살아온 김영수 어르신을 비롯해 70년 넘도록 아직도 그곳에 사는 정경운 어르신, 이사동으로 시집와 50년 넘게 뿌리내린 고옥실 어르신, 월송재와 추원재를 관리했던 이정민 씨까지 지금 시대에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묘역 지킴이들의 생생한 증언들이 담겨있다.

조 전 원장은 "김영수 어르신을 올 봄에 뵙고 인터뷰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출간 한달 전에 돌아가셨다. 책이 나온걸 보셨으면 많이 기뻐하셨을텐데 죄송스럽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나마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귀중한 기억들을 기록하고, 책으로 엮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연구가는 "이사동은 유교문화, 종교문화로 국한된 과거의 공간이 아니다. 현대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전통마을이라는 점, 그 안에 김영수 어르신 처럼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이사동 관련 시리즈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책을 기반으로 연극 대본이나 낭독극 등으로 재구성해 책에 소개된 인물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4일 대전 중구 옛 충남도청 내 커먼스필드에서 열린 '이사동 24인의 이야기' 출판기념회에는 한기범 교수를 비롯해 대전향토문화연구회, 한밭문화마당 등 지역의 역사문화 영역에서 활동하는 60여 명의 활동가가 참석해 책 발간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KakaoTalk_20221031_183653831_03
24일 오후 옛 충남도청 내 커먼스필드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저자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현중 전 국립무형유산원장, 한소민 연구가, 한정근 연구가. 한정근 연구가는 '시와 세계' 신인상을 받았으며 송시열 등 충청인물시리즈와 지역학 연구 시리즈를 편집, 출판하고 있다. 충남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이며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KakaoTalk_20221031_183653831_01
별책부록으로 제작된 이사동 답사지도. QR코드를 이용하면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도 볼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