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인증부장 |
하지만 '비정상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베테랑 노동자들도 예지하기 어렵다. 비정상 작업이란 기계·기구 정비, 수리와 검사 등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긴급 사태를 지칭한다. 동일한 작업 방법에 따라 일상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상 작업과 달리 변수가 많아 업무 숙련도와 관계없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비정상 작업에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만, 대부분 산업현장에선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어?'라는 잘못된 의식과 관행으로 안전 수칙을 무시하곤 한다.
조직에 내재하여 있는 고유한 특성, 작업환경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산업재해의 주요 원인인 '빨리빨리' 문화가 퍼져있는 사업장에선,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작업자가 오히려 유난스럽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처럼 안전을 경시하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업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한 회사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전사적 차원에서 '작업 전 안전 점검 루틴화'를 천명하고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비정상 작업 시 기계·설비를 반드시 정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단계별 유해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위험요인을 통제하여야 한다. 둘째, 산업현장에 관리감독자 등을 배치하여 기계 기구의 동력이 차단되어 있는지, 기동장치에 잠금장치나 작업 중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였는지 등의 LOTO(Lock-out, Tag-out) 작업절차 준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셋째, 평소 비정상 작업의 작업절차와 방법 등을 표준화하여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화재, 폭발 및 끼임 사고 등 긴급 상황을 대비한 대피 방법, 응급조치 요령 등을 매뉴얼화해야 한다. 사고자가 발생하면 즉시 기계, 설비의 운전을 정지하고 구조 요청한다. 재해자의 호흡과 맥박 여부를 확인하고 의식이 없는 경우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안전관리자와 작업자 등에게 해당 내용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재해 대응에 필요한 구조 물품을 사업장에 마련해야 한다.
작업자 또한 온전히 자기 경험에 의존하기보단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비정상 작업 시 기계·설비의 전원은 반드시 꺼야 한다. 이후 작업이 종료되기까지 모든 공정, 잠금장치 및 표지 절차 등을 관리자와 상의하고 공유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또 안전모, 안전 장갑 등 개인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올바른 작업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비정상 작업이 완료된 후 재가동 전 안전장치 기능이 정상적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다.
어느덧 날씨가 선선해지며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었고 2022년이 두 달 남았다. 올 한해도 많은 노동자가 안타까운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지금이 바로 남은 기간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산업현장을 이끌어가는 모두가 정상 작업, 비정상 작업 구분 없이 작업 전 안전 점검을 루틴화한다면,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안전한 일터가 신속히 조성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공공장소 내 금연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안전 수칙을 꼭 준수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신인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인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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