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범 센터장 |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의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지난 8월 조력존엄사에 관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조력존엄사는 소생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가 의사에 의해 처방된 약물을 직접 복용 또는 투약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된 이후 이번에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으로 조력존엄사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됐다.
조력존엄사의 대상은 임종기에 들어간 환자뿐 아니라 암이나 일반 질환의 말기 환자도 해당된다. 담당 의사와 해당과 전문의 2인의 동의와 증명을 통해 조력존엄사 신청이 가능하고 이를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에 신청하면 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결정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조력존엄사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 사절의 개념에 약간의 안락사 형식을 가미해 환자의 능동적 결정과 의료진의 수동적 조력으로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력존엄사심사위원장이 되며 의료직군 및 심리전문가, 윤리 전문가, 보건행정직 고위 공무원 등 15명 이내로 위원이 구성된다.
대상자로 결정되고 1개월이 경과한 후 당사자가 담당의사 및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담당 의사는 환자의 의지와 상태를 확인한 후 해당 분야 전문의 2인과 함께 판단해 조력존엄사 이행을 도울 수 있다. 도움을 준 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에 따르는 책임의 면하게 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말기 환자와 가족 및 지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의 조력존엄사 입법화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는 꾸준히 60% 이상의 찬성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법률안을 발의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기법이 가미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자주 이슈화되고 논의의 장에 오르면 여러 가지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의원 인지도의 향상은 물론 공론화가 안 돼 왔던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용어 자체의 혼란도 있다. 조력존엄사라고 하지만 조력자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것이므로 존엄사라고 명명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조력존엄사를 찬성하는 결과를 살펴보면 '참을 수 없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는 3번째 정도이고 주로 '남은 생의 의미가 없다', '존엄한 죽음의 대한 자기결정권리' 등이 주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조력존엄사 입법을 반대하는 의견은 주로 생명존중 사상에 배치되며, 자기결정권의 침해 소지가 있고 악용 및 남용의 위험이 있다고 조사결과는 말하고 있다. 즉 생명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으며,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 추후 입법화가 되었을 때를 가정해 보면, 당사자는 주변의 다른 말기 환자들이 존엄사를 택하는 것을 보고 '나도 조력존엄사를 택해야 할까?', '나는 나약한 인간이라 비천한 삶을 눈치 보고 이어가야 하나?' 등의 갈등에 휩싸이는 상황도 예상되는 모습이다.
건강한 성인이 설문조사에 응하는 마음가짐과 늙고 노쇠한 상황에서 설문에 응하는 경우 결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고 설문의 어휘에 따라서도 변수는 상당히 있다고 보인다.
찬성하는 입장은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되면 사회적 비용의 절감으로 얻어지는 기금을 이용해 말기나 임종환자의 돌봄에 더 좋고 세심한 것까지 챙기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필자나 많은 조력존엄사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들의 생각은 입법화가 먼저가 아니고 말기 환자의 돌봄에 더욱 많은 인프라와 예산을 확보해 사회적·제도적 질을 향상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력존엄사의 도입은 더 많은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를 나눠야 할 것이다. /권종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혈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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