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던 때, 사랑으로 부풀었던 때를 추억하는 길에 노래가 있고, 춤이 있습니다. 잠시나마 현실로부터 벗어나 환상을 경험합니다. 내러티브는 멈춰 서고 정서가 화면 가득 넘쳐납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떠오릅니다. 주인공들은 바로 그 시절 그 고등학생 세대입니다. 드라마에서도 그 시절의 노래가 흘렀었습니다. 영화는 마치 <응답하라 1988>의 후일담 같습니다. 오랜 세월 후의 회한과 그리움이 있습니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 줘요.' 노랫말 한 구절이 영화가 마침내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알려 줍니다. 아내는 가고 남은 사내가 흔적을 더듬습니다. 진한 울림이 보는 이들을 사로잡습니다.
류승룡과 염정아의 노래와 춤, 연기는 딱 적절합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습니다. 노래를 너무 잘하거나 춤이 흠잡을 데 없도록 매끄러웠다면 소위 생활인의 정서라 할 것이 드러나지 않았을 겁니다. 다소 투박하고 서툰 부분이 오히려 내러티브의 진행과 잘 맞습니다. 그들은 6급 승진에 줄곧 쓴잔을 마셨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변변한 옷 한 벌 가져보지 못했으니까요. 하여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가 아바의 명곡들로 기억되는 데 비해 이 작품의 노래들은 스토리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습니다. 더불어 어린 오세연 역을 맡은 박세완의 목포 사투리와 연기가 빼어납니다.
영화의 향유층 연령이 점점 높아진다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중년 이상의 세대들을 주인공 삼아 그들의 정서와 이야기로 120분을 채운 이 작품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문화의 다양성은 다양한 향유층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니 이런 흐름은 일면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신세대들이 모바일이나 태블릿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손안의 미디어를 통해 영상문화를 즐긴다는 점은 영화의 위기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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