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분노 사회와 범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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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분노 사회와 범죄자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 승인 2022-10-25 10:23
  • 수정 2022-10-28 10:17
  • 신문게재 2022-10-2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이상훈 교수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지난 주 우리사회는 출소를 바로 앞두고 다시 구속된 '아동성범죄자'로 들썩였다. 미성년자만 골라 11명을 성폭행한 전과자가 15년의 재소기간을 마치고 출소하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이 보여준 모습은 아동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비열한 행동에 대해 용서란 결코 없다는 결연한 의지로 비쳐졌다.

2년 전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했던 조두순이 12년을 복역하고 출소했을 때, 피해자 가족들이 이사를 가야 했던 사건에서의 학습효과였는지 시민들은 결연했고 정치인들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갱생시설로 통하는 도로 봉쇄가 언급되었다. 검찰이 여죄를 찾아 출소를 막는 것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수원 발발이'로 불린 또 다른 연쇄 성폭행범이 다음 달 초 역시 15년의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에 대한 이 같은 극도의 혐오와 분노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더구나 법무부 갱생시설이 지역 내에 이미 설치된 사실을 전제한다면 공무원인 지역 정치지도자들은 어떠한 범죄자가 오더라도 공권력의 이름으로 시민의 안전을 절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어야 했다. 교정 프로그램의 효과성과 약물치료나 전자감시를 포함한 보호관찰의 안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좋았다.

이 같은 국민들의 분노를 15년 구금기간 동안 우리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은 국가의 교화·개선 프로그램 효과를 상당수 국민들이 거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자니 우려가 앞선다. 더구나 미봉책으로 분노한 국민의 눈을 잠시 가리고 문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결국 국가형벌권의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다. 교도행정의 주체인 법무부가 15년 구금기간동안의 교정·교화의 노력과 성과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을 주저하는 동안, 우리사회는 재판으로 확정된 형량을 모두 채우고 출소하는 이들에게 화해를 거부하고 낙인찍고 갱생의 여지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분노사회로 치닫고 있다.



재범률은 금고 이상의 수형자 가운데 교정시설 출소 후 3년 이내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교정시설로 다시 들어오는 비율을 말한다. 법무부가 발행한 '법무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범률은 최근 5년간 평균 25.4%로 집계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재범률이 약 60%인 점과 비교하면,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정 프로그램이 출소자의 재사회화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교정 프로그램의 효과성이 떨어지게 되는 2년차와 3년차에 비해, 출소 후 1년 내 재범률이 같은 기간 동안 7.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교정의 효과성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차단된 시설 내에 구금되어 '재사회화'의 교정이념을 추구하는 것은, 수영장 밖에서 수영을 배우는 것과 같은 모순을 지닌다. 이렇듯 사회와 격리된 공간에서 다시 사회를 연습하는 비현실도 직시할 때다. 사형이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아닌 한 범죄자는 다시 우리의 생활공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무조건 가두어 그 기간만이라도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처방은 이제 그 한계가 명백해졌다.

조두순은 출소 당시에 치른 우리사회의 홍역에 비해 아직 이렇다 할 걱정거리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주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얻은 결과라고 본다. 출소를 받아들이면서 전자감시와 약물치료 및 교육프로그램 이수와 전담 감시 인력의 배치 등 출소 후 법무보호복지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교화·개선은 교도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이들에게 공동체가 재범하지 않도록 살피고 회복과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재사회화의 핵심이다. 범죄는 개인적 성향과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다. 과연 우리사회 역시 지난 15년 동안 얼마나 순화되었는지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수형자가 재사회화 목표로 삼을 만큼 우리 사회도 공동체로서의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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