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이사장 |
2014년 군대에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 행위로 숨진 고 윤승주 일병을 기억할 것이다. 군 당국은 윤 일병의 죽음 후 사인에 대해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따른 뇌 손상'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폭행과 가혹 행위에 따른 사망으로 변경했고,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선임병들의 폭행과 가혹 행위는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가해자들은 살인 혐의가 인정돼서 주범이 징역 40년, 나머지 공범들은 징역 5~7년씩을 확정받았다.
윤 일병의 유족은 군 당국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했지만, 대법원은 군이 해당 사건을 은폐·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최근 10월 4일에 내렸다. 사건이 있었던 후 8년 만의 결과다.
윤 일병의 죽음 후 군대는 내부적인 부조리와 가혹 행위 등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군대는 예전보다 개방적이게 되었고, 병사들 간의 부조리도 어느 정도 줄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군대에선 성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이예람 중사를 비롯해서 여전히 청년들이 죽고 있다.
군대 밖도 마찬가지다. 광주에선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고, 신당역에선 역무원이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얼마 전에는 SPC 계열의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고를 당해 숨졌다. 이 외에도 청년들은 노동의 현장에서, 군대에서, 일상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한 명의 추모가 끝나면, 또 다른 추모가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분노하지만, 이 연이은 죽음들은 끝나지 않는다. 청년의 죽음 너머에 공허한 추모만 남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8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왜 윤 일병의 죽음은 끝내 국가로부터 배상받지 못했을까.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청년의 죽음 너머에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생각해본다. 이 죽음들이 개인의 불행한 사건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막는 전환의 시발점이 될지는 전적으로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추모와 안타까움 너머에 있는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
청년의 죽음 너머에 추모만이 남지 않길 바란다. 이 죽음의 진실을 함께 알고, 왜 이들이 죽어야 했는지, 누구에게 이 죽음의 책임이 있는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해보길 바란다. /김영진 사회적협동조합 혁신청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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