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반면 이보다 경제 취약층이 더 많은 전세대출 이용자에 대해선 미온적이어서 관련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 보증, 신규 코픽스 6개월 연동 기준)는 22일 기준 연 4.540∼7.057% 수준이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 금리가 이달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0.44%포인트 오른 영향이다.
대출 금리는 당분간 더 상승할 전망이다. 한은의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영향을 반영한 10월 코픽스가 다음 달 발표되면,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금리 상품 금리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대출 금리는 더 오를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세보증금이 급격히 오른 상태에서 전세대출 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면 세입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세대출은 대부분이 변동금리형이라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금리형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51조 5000억원으로 전체 162조원의 93.5%에 달했다.
전세대출 이용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주거를 위한 생계용 대출이 대부분인 전세대출자들의 대출 규모와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주택자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원하는 안심전환대출 등을 내놓은 반면, 전세대출자들은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 있는 대출자들의 변동금리를 저리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은 수요예측 실패로 20조원 이상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프로세서가 전혀 다르다. 고금리를 피해 전세에서 월세로 옮긴 사람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전세대출의 고정금리 대환 대신 이차보전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세 대출은 대부분은 변동 금리로 차주들의 부담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금리 상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분간 금리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등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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