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글을 쓰노라면 종이신문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엔 공동주택 입구의 우편함에 신문을 넣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즐거운 마음에 냉큼 뛰어나가 신문을 가져온다. 가장 반가운 순간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신문은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 키워준다. 하지만 신문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이따금 오·탈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 신문에서는 오·탈자를 신고하는 독자에게 사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덕분에 열 번 이상 각종 선물을 받았다. 이는 네 권의 책을 내면서 길러진 나름 '독수리 눈'의 내공 덕분이다. 책을 내려면 탈고(脫稿)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탈고를 하려면 초고(礎稿)를 수정해야 한다.
처음 썼던 원고를 여러 번 수정하는 작업, 즉 퇴고를 통과한 원고라야만 비로소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러므로 모든 책의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자연스레 예리한 '독수리 눈'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글과 책을 쓸 때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대목은 틀리기 쉬운 맞춤법이다. 그래서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살펴본다. 먼저, '설날을 맞아 해도지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해돋이'가 정답이다.
'감미로운 선률이 흐르는 찻집'은 '선율'이 맞다. '나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할런지 모르겠네'는 '생각할는지'로 써야 한다. '자격증을 따고자 관련 서류 접수를 할려고 한다' 역시 '하려고'가 옳다.
틀리기 쉬는 것 중에는 낱말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게 '안'과 '않'의 경계이다. '됩니다'를 '됍니다'로 쓰는 경우도 왕왕 발견된다. 전통시장에 가면 어르신들이 손수 기른 나물과 곡물 따위를 파는 모습을 본다.
해당 상품의 앞에 종류와 가격을 써 놓았는데 낱말과 받침까지 틀려서 실소를 머금을 때가 적지 않다. 모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10월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이들은 '정치탑압 중단하라'는 오타가 적힌 피켓을 사용해 웃음거리가 됐다. '탄압'을 탑압으로 잘 못 썼음에도 참석자 중 이를 발견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탄압(彈壓)은 '권력이나 무력 따위로 억지로 눌러 꼼짝 못 하게 함'을 뜻한다. 반면 '탐압'은 아무런 의미조차 담고 있지 않다. 이 피켓을 제작한 광고업체의 담당자 잘못인지, 아니면 이를 식별하지 못한 정당 관계자의 직무 유기(職務遺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건 위대한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께 무척이나 죄송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말끝마다 "~ 한 것 같아요"를 남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의 이런 습관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면 한 거고, 안 한 거면 안 한 거지 '∼(것) 같다'는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처럼 군더더기 겹말과 격에 맞지 않는 사족의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마트에서 무얼 샀는데 "총 1만 원이십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는 말 역시 서둘러 고치고 볼 일이다. 돈에도 존댓말을 붙이는 건 부자연스럽다. 지난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다.
홍경석 / 작가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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