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2시간 지각으로 비워진 의석. 사진=공동취재단 |
오전 9시 40분, 국감 개회 20분을 앞뒀지만, 대전시청 5층 대회의실은 대전·세종 공무원과 기자들로만 붐볐다. 이채익 감사1 반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 그리고 보좌관, 심지어 국회에서 내려와야 하는 속기사들의 자리까지 텅 비어 있었다.
귀동냥을 통해 들어보니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 열차가 지연돼 오전 9시 30분이 조금 넘어서야 대전역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사이 국감장은 심란함 그 자체였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대전시장과 세종시장 자리 좌우로 바꾸더니, 급기야 간부공무원 20~30명의 자리까지 바꾸며 혼선을 빚었다. 또 몇몇 공무원은 의원들의 자잘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좁디좁은 국감장을 뛰어다녔다.
오전 10시가 되자 후다닥 속기사들이 국감장으로 들어섰다. 몇몇 의원 보좌관들이 들어와 프린트를 찾는 등 막판 국감 준비가 시작됐다.
또 한 번 귀동냥으로 듣자 하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오전 10시 45분 KTX를 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KTX가 아무리 빨라도 1시간은 달려야 하고, 대전역에서 대전시청까지 또 이동해야 하는데 도대체 국감은 언제 하겠다는 것인지… 애꿎은 시간만 흘러간다.
대전시는 오늘 국감을 위해서 담당 부서 공무원들은 밤을 새웠다. 몇몇 주니어 기자들은 기자석을 맡겠다며 오전 7시 국감장에 왔다고 한다. 이 노력은 30분, 2시간 늦고서도 미안한 기색 없는 의원들의 당당함에 묻혔다.
오전 10시 30분 이장우 대전시장과 함께 국민의힘 의원들이 등장했다. 국감이 시작됐다. 감개무량, 장비의 무력, 제갈량의 지략, 홈런 등등 자당 소속 단체장을 띄워주는 발언에 국정감사의 취지는 또 한 번 무색해지고 말았다.
12시 30분 드디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 들어왔다. 국감장은 비로소 채워졌으나 여야 의원 간의 미묘한 분위기는 관전 하는 모두에게로 전해졌다. 오후 1시, 국감이 끝났다. 이날의 국감이 남긴 것은 '허무함' 그뿐이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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