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용화 작가 "조작된 환경과 타자의 시선,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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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용화 작가 "조작된 환경과 타자의 시선,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죠"

12일~10월 말까지 미룸갤러리서 개인전
동물원 소재 '공간에 가둔 표정' 작품에 담아

  • 승인 2022-10-20 14:33
  • 신문게재 2022-10-21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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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화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 '거짓과 진실의 경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세화 기자>
"주체 자체를 배제했죠. '자연의 인공적인 재구성'을 통해 자연물은 진열대에, 동물은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인식하도록 표현했습니다."

박용화(40)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 같이 '눈'이 없는 이들의 모습에서 더는 생물체가 아닌, 동물원 담벼락이나 조형물에 지나지 않는다.

대전 동구 미룸갤러리는 9월 15일부터 10월 말까지 '젊은 작가 두 사람展'을 주제로 대전 출신 작가의 릴레이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첫 번째 주자로 4일까지 선보인 이덕영 작가 전시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으로 박용화 작가의 전시를 31일까지 이어간다.



전시 오픈 일인 12일 오후 갤러리에서 만난 박 작가는 "얼마 전까지 살던 반지하 방의 쇠창살이 동물원의 유리 벽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람과 동물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그 속에 들어있는 개체로서 그저 전시물일 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나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배경이나 학력, 경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사회의 모순을 그림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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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룸갤러리에 전시 중인 박용화 작가의 작품들.<사진=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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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화 작가의 '거짓과 진실의 경계'(Oil on canvas, 80.3㎝×233.6㎝, 2020).
2017년 대전 오월드에서 벌어진 퓨마 탈출 사건은 그의 작품세계를 전향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박 작가는 "탈출 이전 지주 봐왔던 퓨마의 모습은 동물원에 갇혀 야행성을 잃은 힘 없고 무기력한 가축과 다르지 않았다"며 "탈출 4시간 만에 사살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고, 그때부터 (눈이 있고 생명력을 지닌)동물이 없는 동물원의 단상을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용화 작가는 배재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경원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17년 네이버 아트윈드×프린트베이커리 신진작가 공모전 '오직, 순수, 회화' 2등 수상을 비롯해 2018년 제5회 의정부 예술의 전당 신진작가 공모전 선정, 2019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주관한 최초예술지원 준비형 선정,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소장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며 인지도 있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Emotional Factory'(수원 대안공간 눈)과 2018년 '비인간적 동물원'(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 2020년 '미완의 모뉴먼트'(대구 가창창작스튜디오), 2021년 '진열된 풍경'(대전 아트스페이스127) 등 개인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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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룸갤러리에 전시 중인 박용화 작가의 작품들.<사진=한세화 기자>
단체전으로는 2018년 소촌 도큐멘타 안전진단 산단비엔날레(광주 소촌아트팩토리), 2019년 넥스트코드(대전시립미술관), 2020년 Here we are(대구 수창청춘맨숀), 같은 해 아트경기×아트로드77(파주 논밭갤러리), 2021년 미술원 우리와 우리사이(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22년 질문하는 그림들(화성 소다미술관) 등이며, 이번 전시와 맞물려 12일부터 15일까지 경기도 파주 남부미술관에서 개인전 '마주한 기념비'를 선보였다.

레지던시 경험도 풍부하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을 비롯해 충남 홍성, 울산, 완주, 산청, 대구 등에서 10여 차례의 예술창작센터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감정을 주변의 소재를 바탕으로 작품 안에서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의미를 담아내려 했다"며 "일상은 현재 진행 중인 중요한 작품 소재이며, 그 현상이나 사건에 집중해 현대사회의 모습과 현대인의 감정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싶다"고 전했다.

조정민 화이트 노이즈 디렉터는 '아트경기 2022'을 통해 "수많은 불가피한 '피상적 앎'을 맞닥뜨리는 자연스러운 폭력성과 긴장감을 내포한 사회는 자연과 인간의 유대라는 선한 명목하에 그에 반하는 억압을 전제로 가져가게 된다"며 "(작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배경인) '동물원'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미지-관객, 피사체-환경, 작가-관객 등 모든 관계에 있어서 보이지 않을 경계를 두고, 이러한 경계는 깊고 가까운 관계에 대한 염원과 갈망에 비례해 견고하기도 하다"고 평했다.

김희정 미룸갤러리 관장은 "박용화 작가의 작품을 통해 나의 '우리'를 걸어 나올 수 있다면, 내가 사는 공간의 크기가 물리적으로 어떠하든지 그 공간은 나를 옭아매는 줄이 아니다"며 "내가 선택하고 인정한 공간은 닫힌 공간도 가두어진 공간도 아니며, 이런 공간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공간일 것이다"며 위안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터뷰 끝에 박용화 작가는 "최근에는 동물원을 소재로 조작된 환경으로 꾸며 타자의 시선을 나를 바라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회현상에 대한 단상이 전환될 때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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