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부장 |
반도체라는 시장은 종합반도체, 설계(Fabless), 위탁가공(Foundry), 패키징조립(OSAT) 등의 분업화된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개개의 분야에 있는 업체들의 매출을 모두 합산해버리면 사실 반도체 시장 규모는 700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보통 반도체 업체의 순위를 따질 때는 위탁 업체로 분류되는 위탁가공(Foundry), 패키징조립(OSAT)는 보통 순위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반도체 업체 순위를 보면 삼성과 인텔, 하이닉스, 마이크론와 같은 종합반도체 업체와 퀄컴,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과 같이 설계만 하고 외주를 주는 업체의 이름은 나오지만, TSMC와 칩팩, AMKOR와 같은 업체는 위탁가공(Foundry), 패키징조립(OSAT) 업체는 순위에서 제외되곤 한다.
왜냐하면 TSMC와 같은 업체의 주 고객은 퀄컴과 애플 등이고 퀄컴과 애플이 반도체 설계를 하면 TSMC와 같은 업체는 설계도면대로 반도체 다이를 만들고 칩팩이나 암코와 같은 패키징업체(OSAT)가 조립을 하여 퀄컴이나 애플의 이름으로 팔기 때문에 TSMC나 칩팩 혹은 암코와 같은 업체는 묻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올해 3분기 TSMC가 삼성전자 반도체의 매출을 앞질렀다는 이야기는 퀄컴과 브로드컴, 미디어텍, 애플 등에서 TSMC에 주문한 반도체가 삼성이 생산하는 DRAM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 700조원 중 메모리 반도체는 대략 200조원이 되고 TSMC의 주시장인 위탁가공(Foundry) 시장규모는 현재 100조원 가량 하는데 삼성전자는 메모리 200조원 X 40%+파운드리 100조원 X 14%=94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TSMC는 파운드리 100조원 X 55% = 5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데 22년 3분기에 TSMC 매출이 27조원을 기록하였다는 이야기는 분기 매출이 작년 매출의 반을 했을 정도로 엄청난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아직 메모리 시장이 파운드리 시장보다 크기 때문에 연 매출로 상정하면 올해도 삼성전자가 1위를 하겠고, 현재는 파운드리 시장이 메모리 시장의 반 정도에 불과하나 앞으로 3∼4년 뒤면 메모리 시장의 규모와 파운드리 시장의 규모가 거의 비슷하게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3∼4년 안에 반도체 최종 매출이 아닌 개별 업체의 매출 기준으로 TSMC도 매출이 2배 이상 될 것은 기정사실로 됐다.
물론 삼성전자 반도체도 포화가 된 메모리 시장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당연히 했을 것이다. 시장을 보는 눈도 있을 것이고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당연히 알고는 있을 텐데 대내적으로는 수많은 정치 리스크가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반도체 공급망의 재 조정이라든지 파운드리를 하려면 퀄컴이나 애플 등이 설계도면을 삼성에게 넘겨야 할 텐데 퀄컴, 애플 등이 기업비밀이 담긴 설계도면을 삼성에 선뜻 넘겨줄 수 없기에 이런 부분들이 삼성을 발목 잡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삼성 반도체의 운명은 단지 기술력에만 있지 않고 삼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생태계에 좌지우지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의 어려움을 잘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반도체 설계 분야를 어떻게든 크게 육성하여 삼성의 파운드리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고객 군을 늘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미국·네덜란드와의 외교를 통해 EUV 노광장비를 TSMC 이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정치력이 필요하고, 대기업 특혜니 뭐니 정치 공작을 하여 국가의 기반이 되는 산업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특정 정치 세력들을 엄단해 대한민국의 특산품이 반도체로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때 국민주로서 십만전자를 꿈꾸던 삼성전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에 즈음하여 다시 한번 응원을 보내본다. '삼성전자 화이팅!'
/교보증권 대전지점 정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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