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안' 구자환 감독이 17일 대전 상영회를 통해 산내유족회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17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 위치한 씨네인디U에서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가 주최해 영화 '태안'을 함께보는 행사가 진행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은 2015년 '레드툼'과 2018년 '해원'이라는 영화로 민간인 학살을 연속적으로 다룬 구자환 감독이 연출했다. 구 감독은 민간인 학살 세 번째 영화인 '태안'을 통해 바다를 낀 태안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깊이 조명했다. 이날 영화 태안 함께보기 상영회에는 구자환 감독이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구 감독은 영화 제작 배경을 묻는 질문에 30대 중반까지 보도연맹사건에 대해 모르고 살았던 자신의 부끄러움에 대해 말했다. 구 감독은 "국내에 민간인 학살 사건이 있었음을 제 나이 30대 중반에서야 알았고 뒤늦게 알았다는 것에 무척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알고 보니 많이들 모르고 있었고, 유족들이 일생동안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온 억울한 심정을 풀어달라는 말씀을 듣고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 감독은 "태안은 피해 입은 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후손이 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72년 이후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며 살고 있을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태안'은 세월호 사건 유족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와 강희권 태안유족회 상임이사가 민간인 학살 유족들을 만나 과거의 사건에 대해 직접 듣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구 감독은 끝으로 "태안이라는 영화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영화"라며 "처참한 학살이 있었음에도 이후 현시대에 사는 우리는 알지도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하고 여전히 자기 자신, 공동체의 행복에만 치우쳐 산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임효인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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